기술 주도권 놓고 정면 충돌
한화세미텍과 한미반도체가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의 핵심 장비인 TC본더 관련 특허 침해 소송으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양사 모두 SK하이닉스에 TC본더 장비를 공급하는 경쟁 관계인데요, 지난해 12월 한미반도체가 먼저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한화세미텍이 최근 맞소송으로 대응하며 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소송은 단순한 특허 분쟁을 넘어 HBM 장비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으로 해석됩니다.
한미반도체는 한화세미텍의 맞소송에 대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적반하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화세미텍은 자사의 핵심 기술이 침해당했다며 강력 대응을 선언했죠.
교착 상태에 빠진 법적 공방
분쟁의 시작은 지난해 12월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미반도체는 한화세미텍의 TC본더 개발에 참여했던 핵심 인력 2명의 이직 과정에서 기술 유출이 있었다며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한미반도체는 한화세미텍의 TC본더 모듈 구성 방식과 본딩 헤드 설계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는데요.
이에 한화세미텍은 올해 5월 해당 특허의 무효 심판을 청구하며 맞섰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한미반도체의 HBM3E용 TC본더에 탑재된 특정 부품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역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현재 양사는 서로 상대방의 기술 침해를 주장하며 총 3건의 소송을 주고받는 교착 상태에 빠졌습니다.
HBM 시장 성장이 부채질한 경쟁
TC본더는 HBM 제조 공정에서 칩과 칩 사이의 전극을 접합시키는 핵심 장비입니다. AI 서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HBM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TC본더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여러 개의 D램을 TSV(실리콘관통전극)로 적층하는 과정에서 정밀한 접합이 요구되는데요, 이 기술 없이는 고성능 HBM 생산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한미반도체는 현재 HBM3E 12단 생산용 TC본더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HBM4 전용 장비 'TC본더 4'까지 출시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5월,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에 385억원 규모의 TC본더 장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경쟁 구도에 변화가 생겼죠. 같은 시기 한미반도체도 428억원 규모의 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공급망 차질 우려와 업계 전망
양사 모두 SK하이닉스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어 소송 결과가 향후 장비 공급에 미칠 영향이 상당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법원 판결에 따라 한쪽 기업의 장비 판매가 제한될 경우, SK하이닉스의 HBM 생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로서는 이미 납품된 장비에는 법적 효력이 미치지 않아 단기적인 공급 차질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소송이 1심 단계에 진입하지 않아 결과까지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법원이 한화세미텍의 특허를 인정할 경우, 관련 기술이 적용된 설비의 제조 및 판매가 제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HBM4 시대로 넘어가면서 TC본더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라 소송 결과의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분쟁은 국내 반도체 장비 산업이 성장하면서 필연적으로 겪는 기술 경쟁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