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한복판에 세워진 감옥
이란 테헤란 타지리시 광장에 지난 10월 20일 설치된 대형 광고판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견과류와 과일, 의류, 금 상인들이 모이는 교통 요지에 도널드 트럼프를 흉내 낸 배우가 독방 감옥에 갇힌 모습이 영상으로 상영되는 겁니다. 배우는 철창을 흔들고 침대에서 낮잠을 자며, 때로는 트럼프의 상징적인 YMCA 춤을 추는 장면까지 연출합니다.
광고판 앞에서는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웃음을 터뜨리며 차를 세우고 경적을 울리는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대부분 휴대폰으로 영상을 촬영했고, 일부는 장면을 따라 하기도 했는데요. 정치 선전이 늘 붐비는 엥겔라브 광장이 아니라 상업 공간에서 이례적으로 등장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조롱과 공습 장면의 결합
전광판 중앙에는 지난달 쿠헤스타크에서 발생한 결혼식장 공습 장면이 함께 투영됩니다. 노란색 범죄현장 통제 테이프와 “이 장면을 외면하는 것은 범죄다”라는 문구가 나오고, 트럼프를 '미군의 이란 결혼식장 폭격 장면을 보지 못한 범죄자'로 규정하는 자막도 삽입됐습니다. 조롱과 비난을 한 화면에 겹쳐 미국에 대한 분노를 자극하려는 구성입니다.
전쟁 발발 이후 이란 당국은 AI 기반 비방 콘텐츠를 활용한 선전을 확대해 왔습니다. 트럼프를 조롱하는 영상뿐 아니라 미국 화력으로 이란 성직자와 지도자들이 전멸하는 모습을 묘사하는 콘텐츠도 등장합니다. 반대로 트럼프 측도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이란 비방 메시지를 퍼뜨리고 있다는 점이 전해집니다.
선전이 다시 동력을 얻다
뉴욕타임스는 반정부 시위와 전쟁이 정권에 대한 감정을 악화시킨 뒤 미국에 대한 분노가 널리 퍼졌다고 분석했습니다. 미 연구단체 DAWN의 이란 분석가 오미드 메마리안은 전쟁이 선전 기구를 재활성화시켰다고 평가합니다. 그는 미국의 군사적 우위에도 이란이 위축되지 않고 미국에 맞설 용기를 강조하는 메시지가 핵심이라고 짚었습니다.
이번 사례는 전쟁이 거리 정치의 언어를 얼마나 도발적으로 바꿨는지 보여줍니다. 시장의 일상 공간에 설치된 감옥 영상은 시민의 웃음과 촬영을 끌어내는 동시에, 공습 피해의 기억을 결합해 반미 정서를 환기하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향후 선전의 수위와 확산 범위가 이란 사회 내부의 분위기와 맞물려 어떻게 이어질지 지켜볼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