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셧다운'의 서막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연간 목표치의 약 80%에 도달하면서 하반기 대출 문턱이 사실상 '셧다운' 수준으로 높아졌습니다. KB국민은행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절반 축소한 데 이어, 신한·하나·NH농협은행 등도 모기지보험 가입 제한과 모집인 접수 중단에 연이어 나섰습니다. 5대 은행 중 3곳은 이미 개별 목표치를 초과한 상태로, 일부는 목표의 1.3배까지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7월 9일 기준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648조 3천여 억 원으로, 작년 말 대비 3조 4천억 원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이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연간 증가 목표치인 4조 3천400억 원의 약 78~80%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무엇보다 6월 한 달 동안 전체 은행권 가계대출이 7조 6천억 원 늘어나며 1년 10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한 점이 결정타가 됐습니다.
실수요자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번 대출 규제의 파괴력이 특히 큰 이유는 타깃이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정책대출인 디딤돌·보금자리론의 소득 기준인 연봉 8,500만 원을 넘는 신혼부부, 그리고 10억~15억원대 서울 외곽과 경기도 아파트를 알아보던 실수요자들이 주된 피해층입니다. 한도 축소로 매매 자체를 포기하거나 전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부작용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전년 동기 대비 17.7% 줄어든 데다 6월 다섯째 주 전세수급지수는 5년 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매수 포기자들이 전세 시장으로 몰리면서 임대료 상승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겁니다. 또 대출 의존도가 높았던 중랑구, 금천구, 도봉구 같은 저가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며 저가 주택 가격까지 오르는 '역설'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양적 규제의 한계, 질적 관리로 가야 한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율을 1.5%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률적인 양적 규제는 차주들을 보험계약대출이나 2금융권 등 더 비싼 금리의 창구로 내모는 역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시중은행 대출이 막히자 금리가 0.5%포인트 정도 높은 보험사 주담대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더 우려스러운 부분은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취약 차주들이 불법 사금융권으로 향할 가능성입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숫자를 줄이는 양적 관리에서 벗어나, 소득 안정성과 상환 구조를 정교하게 따지는 질적 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정부는 청년 실수요자 대상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향후 정책 방향이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