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도 아니고' 대통령이 꺼낸 납 배출 주사
자동차 배터리 제조업체 DN오토모티브 울산공장에서 노동자들에게 혈중 납 농도를 낮추는 킬레이션 주사를 '비타민 주사'라 속여 투약해 왔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자가 가축도 아니고 속여서 중금속 강제 배출 약물을 투여한다"며 질타하면서 사건은 전국적 이슈로 번졌습니다. 대통령은 이를 중대한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사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측정값의 차이입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정밀 측정에서는 일부 공정에서 기준치의 최대 5.5배에 달하는 납이 검출됐는데요. 반대로 회사가 자체 실시한 진단에서는 기준 초과 사례가 한 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같은 사업장을 두고 정부 기관과 회사의 결과가 정반대로 갈린 셈입니다.
어떻게 수치가 관리됐나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검진 전 '비타민 주사' 명목으로 노동자들에게 1~3회, 특정 공정 작업자는 4회까지 주사를 맞게 했습니다. 2021년 입사한 한 노동자는 주사 용도와 부작용 설명을 듣지 못한 채 투약했고, 반장이 "왜 안 맞느냐"며 재촉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혈액검사 결과에 따라 추가 투약이 반복된 만큼 검진 수치를 맞추기 위한 관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주사 후 노동자들은 피로감과 손 저림, 벨 마비, 신장 질환 같은 증상을 호소했습니다. 회사는 기준 초과 시 의료진 상담 후 본인이 선택한 치료였다며 비타민 주사로 안내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이 지켜지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확산되는 조사와 남은 과제
고용노동부는 지난 3~4월 정밀 감독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68건을 적발해 과태료 4620만원을 부과했고, 검진 직전 주사 투약에 대해서는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수사 의뢰는 두 달가량 지난 8월에야 이뤄져 노조는 대응이 늦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유사 사례도 확인됐습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전남광주 납축전지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납 배출 약을 복용했다는 의혹을 접수하고 재직 근로자 139명에게 건강진단을 명령했습니다. 일부 근로자의 검진 수치가 급격히 떨어진 정황도 파악됐습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전·현직 노동자 전원에 대한 건강 추적 조사와 실질적 보상을 요구했습니다. 정부는 노사정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원인을 규명하고 집단 역학조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과태료 부과에 그친 처분이 형사처벌로 이어질지, 의혹이 다른 사업장으로 얼마나 더 확산될지가 남은 관심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