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끝에 찾아온 비극
지난 11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에서 일어난 광주대표도서관 공사장 붕괴 사고는 사흘 만에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습니다. 매몰됐던 작업자 4명 전원이 사망한 채로 수습된 겁니다. 마지막으로 발견된 50대 작업자는 지하 1층 배관 작업 중이었습니다. 소방당국은 500명 이상의 인력과 200여 대의 장비를 투입해 철야 구조 작업을 벌였지만, 결국 모두를 살려내지 못했습니다. 사고 현장은 구조 작업이 끝난 뒤에도 추가 붕괴 위험으로 인해 여전히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본격화된 수사의 초점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는 즉시 본격화됐습니다. 경찰과 고용노동청은 사고 다음 날인 12일, 원청사인 구일종합건설을 비롯해 하청업체 등 관련 6개 업체 8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휴대전화와 각종 서류를 확보하며 수사망을 좁혀가는 중입니다. 수사의 핵심은 특정 공법과 안전 관리 실태입니다. 사고는 옥상층 콘크리트 2차 타설 작업 중 발생했는데, 당시 ‘무지보(無支柱) 공법’이라는 동바리 없이 시공하는 방법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사 당국은 이 공법 적용 과정에서 필수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행됐는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습니다. 또한, 철골 구조물의 접합부(용접부) 결함 가능성도 함께 조사 중입니다. 경찰은 공사 관계자 5명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한편, 시공사 대표를 포함한 관계자 8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신청했습니다.
책임 논란과 정치적 반향
사고의 여파는 현장 수습과 수사 차원을 넘어 정치·행정 영역까지 번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노동자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논평을 냈습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현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한편, 김병내 광주 남구청장은 사고 이틀째인 13일 지역 체육대회에 참석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그는 사고 직후 SNS로 애도를 표하며 개인 행사를 연기했지만, 공식 행사 참석을 강행하며 ‘이중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시공사인 구일종합건설의 입장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찬식 대표는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가족에게 깊이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무너진 구조체는 공동수급사가 시공한 것”이라며 일부 책임을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동바리 설치 미흡 논란에 대해서는 “콘크리트 타설 후 동바리가 오히려 처질 수 있어 문제”라고 반박했습니다. 이런 해명은 오히려 복잡한 원하청 구조와 안전 관리의 공백 지점에 대한 의문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추위를 녹인 이웃의 손길
혼란과 비극 속에서도 따뜻한 연대의 모습은 이어졌습니다. 광주자원봉사센터를 중심으로 한 자원봉사자들과 지역 업체들이 현장을 찾았습니다. 사고 당일부터 가족 대기소에 떡국과 간식을 제공했고, 다음 날에는 에어텐트 ‘마음쉼터’를 설치해 장시간 근무로 지친 구조대원과 유가족들에게 휴식 공간을 마련해 줬습니다. 지역 빵집과 패스트푸드점에서도 빵과 햄버거를 후원하며 현장을 지원했습니다. 이들의 묵묵한 도움은 허탈감에 빠진 현장에 작은 위로가 됐습니다.
한편, 광주 광산구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선제적 안전 점검에 나섰습니다. 김석웅 부구청장이 직접 현장에 나서 공공부문 건설공사장에 대한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한 겁니다. 안전관리계획 이행 여부와 구조물 균열 등을 집중 점검하고, 민간 대형 현장 점검도 완료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비극이 지역 전체의 건설 현장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과 책임이 규명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런 참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