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차원의 정적사냥인가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녹음된 한 통화 기록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와 당시 피의자였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 서민석 변호사 간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죠. 더불어민주당은 이 녹취록을 ‘정치 검찰의 조작 기소’ 의혹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공개된 내용이 맥락을 잘라낸 ‘악마의 편집’에 불과하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윤석열 정권 조작 기소 의혹 사건 국정조사’가 시작도 전부터 여야 간 공방은 최고조에 달했는데요.
녹취록에는 박상용 검사가 서민석 변호사에게 “이재명 대표가 주범, 이화영 전 부지사가 종범이 되는 식으로 가야 한다”는 발언이 담겨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검찰이 이미 사건의 결론을 정해놓고 피의자에게 특정 진술을 강요한 ‘진술 설계’ 또는 ‘형량 거래’ 시도라고 해석합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를 ‘정권 차원의 정적사냥’으로 규정하며, 관련 정치검사 전원을 국정조사 증언대에 세우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혔습니다.
짜깁기 증거인가, 생생한 음성인가
녹취록을 둘러싼 해석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전용기 원내수석부대표는 “앞으로 나올 내용은 ‘핵폭탄급’”이라며 추가 녹취록 공개를 예고했습니다. 그는 검찰이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이재명 대표를 ‘주범’으로 만들기 위한 자백을 요구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 사건이 표적 수사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조작기소 제보센터’까지 운영하며 추가 증거 수집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측의 반응은 정반대입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공개한 녹취록이 박상용 검사의 발언만 편집한 ‘짜깁기 증거’라고 일축했습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맥락을 의도적으로 잘라내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장동혁 대표는 이번 국정조사를 ‘이재명 범죄 세탁소’로 전락시키려는 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당사자인 박상용 검사 역시 SNS를 통해 당시 상황을 해명하며, 자신의 발언은 변호사의 선처 요구에 대한 설명이었을 뿐이고, 녹취록은 왜곡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더욱이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실제 형량 거래를 회유한 주체는 서민석 변호사라고 주장하며 논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국정조사 증언대에서
이러한 난맥상 속에서 유일한 돌파구로 지목되는 것은 국정조사입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미 ‘검찰 조작기소 의혹’ 국정조사 계획서를 의결한 상태인데요. 특별위원회는 기관보고와 현장조사, 사건별 청문회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향후 수사 검사와 관계자, 사건 당사자들이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증인 채택 과정부터 난항이 예상됩니다. 민주당은 박상용 검사를 비롯한 수사팀 전원의 증언을 요구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 설주완 변호사, 이화영 전 부지사 등 민주당 주장의 허위성을 입증할 증인들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박상용 검사에 대한 조사가 조서 날인 거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녹취록의 전체 맥락과 당사자들의 증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한, ‘진흙탕 싸움’은 지속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이번 국정조사가 또 하나의 정쟁장이 될지, 아니면 숨겨진 진실을 규명하는 계기가 될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