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복귀와 리밸런싱의 진실
외국인 투자자들이 24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한 끝에 25거래일 만에 국내 증시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5월 7일부터 6월 12일까지 코스피에서 쏟아진 매도 물량은 약 73조 원에 달하는데요. 이는 4월 경상수지 흑자액의 1.7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였습니다. 당시 시장에서는 한국 증시를 완전히 떠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지만, 사실 이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대규모 매도를 미국 적격투자회사 규정, 이른바 RIC 규정에 따른 기계적 리밸런싱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해당 비중이 규정 한도를 넘어섰고, 이를 맞추기 위한 조정이 불가피했던 것이죠. 덕분에 외국인은 매도를 했음에도 오히려 보유 비중이 상승하는 역설적인 현상을 겪었습니다.
반도체 쏠림과 외국인 보유 비중의 역설
외국인이 73조 원을 팔아치운 사이에도 코스피에서 외국인 보유 금액 비중은 39.08%에서 40.01%로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이는 시가총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평가액이 급등해서 생긴 결과인데요. 주식을 팔았는데 비중이 늘어났다는 건, 판 종목보다 남아 있는 종목의 가치가 훨씬 크게 올랐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시장의 변동성은 극에 달했습니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고, 개인과 기관이 외국인의 매물을 받아내며 지수를 지키는 구조가 이어졌습니다. 하나증권 전규연 연구원은 코스피 비중대로 담을 경우 분산투자 요건을 위반하게 되는 구조적 특성이 이번 매도를 설명한다고 짚었습니다.
외국인과 개인, 팽팽한 수익률 대결
외국인이 복귀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다시 매수세를 보이자, 종목별로 개인과의 수익률 격차도 뚜렷해졌습니다. 삼성전자에서는 개인이 38.18%의 수익률로 외국인의 21.24%를 크게 앞섰고, SK하이닉스 역시 개인의 43.09%가 외국인의 34.29%보다 높았는데요. 반면 LG화학에서는 외국인이 45.58%의 수익률을 내며 개인의 6.89%를 압도했고, 포스코퓨처엠에서도 외국인이 다소 우위를 점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전체 포트폴리오 수익률입니다. 외국인은 0.56%에 그친 반면, 개인은 28.29%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외국인이 리밸런싱 과정에서 일부 손실을 감수하거나 반도체 외 종목에서 부진을 겪은 반면, 개인은 보다 유연하게 움직였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당연히 양측의 투자 성향과 시간대응 방식이 달랐기에 나타난 결과입니다.
앞으로도 반도체주의 움직임에 따라 외국인의 리밸런싱 수요는 반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단순히 외국인이 판다고 해서 셀 코리아로 여기기보다, 그 배경을 종목별로 구분해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