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한눈팔면 찾는 비극
부모가 화장실에 잠시 다녀온 사이, 생후 14개월 아기가 강릉 한 펜션 수영장에 빠져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소방당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즉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며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보호자의 순간적인 방심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온 사건입니다.
이번 사고는 지난 2월 강원도 고성 풀빌라에서 10개월 영아가 숨진 사고와 매우 유사합니다. 당시에도 부모가 잠시 자고 있는 사이 아이가 수영장에 빠져 사망했습니다. 수심이 각각 1.3m, 1m에 불과했지만, 유아들에게는 충분히 치명적인 깊이였습니다.
얕은 수심이 오히려 더 위험한 이유
많은 사람들이 '얕은 물은 안전하다'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얕은 수영장이 유아에게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수심이 1m 미만이라도 유아의 작은 키에서는 완전히 물에 잠기기에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2023년 가평 풀빌라에서는 수심 80cm에서 20개월 아이가, 인천 청라지구 키즈풀에서는 수심 67cm에서 2세 여아가 각각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물에 빠진 유아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순식간에 가라앉기 때문에 주변에서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펜션 수영장은 대부분 안전요원이 없어 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법적 공백에 빠진 안전 관리
현재 키즈풀 등 신종 놀이시설은 대부분 공간대여업으로 등록되어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안전 기준과 관리 의무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법적 공백이 반복되는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영세한 펜션 업주들은 안전요원을 고용할 여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부모들에게 안전 교육을 의무화하는 시스템도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같은 현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예방 가능했던 사고들
전문가들은 유아 수영장 사고의 대부분이 적절한 안전 조치만 있었으면 예방할 수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송창영 교수는 "부모의 경각심과 함께 현장 안전 교육 의무화 등 정형화된 교육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단순한 주의만으로는 부족하고, 체계적인 안전 관리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개인 수영장에도 안전 펜스 설치를 의무화하거나, 특정 깊이 이상의 수영장에는 반드시 안전요원을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규제 도입이 검토될 필요가 있습니다.
숙박업소 측도 안전 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수영장 주변에 안전 펜스를 설치하거나, 물놀이 시간을 제한하고 감독자를 지정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순간의 방심'이 큰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식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