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비극 속 생존 희망을 찾다
네팔과 티베트 국경을 덮친 대홍수로 인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현지 시간 3일 기준, 양국 합산 사망자는 1,280명에 달하고 실종자는 5,624명으로 급증했는데요. 특히 네팔 내 실종자가 하루 만에 천 명 가까이 늘어나면서 참사의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절망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이 보이고 있습니다. 네팔 당국은 수력발전소 터널 4곳 중 2곳에 약 90명의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는데요. 터널 상단에 남은 에어 포켓과 비축된 물과 식량이 있다면 최대 17일까지 생존이 가능하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습니다. 구조대는 열화상 드론과 중장비를 동원해 진흙과 토사를 파내며 필사적인 수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유령 같은 장례식과 눈물의 현장
일주일 넘게 가족을 찾지 못한 유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시신을 거두지 못한 채 힌두교 전통에 따라 짚인형을 태우는 가상 장례식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머리를 삭발하고 꽃잎을 뿌리는 유족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생존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내려놓은 이들에게 남은 건 고인의 영혼이 평온하게 떠나가기를 비는 간절한 기도뿐입니다.
수도 카트만두의 임시 안치소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신원 미확인 시신이 검은 비닐봉투에 담겨 쉴 새 없이 들어오고 있으며, 부패가 심해지면서 악취를 막기 위해 향을 피워야 할 정도입니다. 네팔 정부는 이런 비극을 애도하기 위해 오는 7일을 전국 애도의 날로 지정하고, 피해 지역 주민 이주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실종과 국제사회의 구호 손길
이번 참사에는 한국인 피해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가 건설하던 어퍼트리슐리 1 발전소 현장에서 한국인 9명이 실종된 상태입니다. 우리 정부는 해외긴급구호대를 급파하고 네팔 군헬기를 지원받아 수색을 시도했으나, 짙은 안개와 비로 인해 이륙 15분 만에 회항하는 등 악조건 속에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해발 2,000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와 잦은 기상 악화는 공중 수색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실종자 수색과 별개로 이재민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비상보온담요 등 1억 3천만 원 상당의 긴급 구호 물품을 추가 지원하고, 앞서 1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네팔 총리는 유엔총회를 찾아 국제사회에 기후배상과 재원 지원을 강력히 요청할 계획입니다. 참사 발생 9일째를 맞은 네팔은 여전히 슬픔과 무력감에 잠겨 있으며, 생존자 구조라는 마지막 희망에 모든 시선이 몰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