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재돌파, 유럽 금융시장 강타
2026년 7월 23일, 국제유가가 두 달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서면서 유럽 금융시장 전반이 흔들렸습니다. 독일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3.2304%까지 오르며 2011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범유럽 STOXX 600 지수와 독일 DAX, 프랑스 CAC 40 등 주요 지수가 일제히 내렸습니다. 유가 상승이 채권과 주식을 동시에 압박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한꺼번에 현실화되는 양상이었습니다.
배경에는 중동 정세의 급격한 악화가 있습니다.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 유조선 공격으로 공급 우려가 커졌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의 공격을 준비 중이라고 밝혀 긴장은 한층 고조됐습니다.
ECB는 동결했지만, 9월 인상 문은 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같은 날 정례 회의에서 예금금리 2.25% 등 3대 정책금리를 모두 동결했습니다. 그럼에도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일부 위원들이 금리 인상을 제기했다고 직접 언급하며, 9월 회의에서 추가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을 남겨뒀습니다.
라가르드 총재는 에너지 충격이 임금과 다른 가격으로 파급될 경우 2차 인플레이션이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시장은 9월 인상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반영하고 있고, 25bp 폭이 유력하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픽텟자산운용의 로렐린 르노-샤틀랭 전략 책임자는 '유가가 급격히 빠지지 않는 한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업종별 흐름은 극명하게 갈려
에너지주는 힘을 보였습니다. 토탈에너지스가 2.5% 올랐고, 독일 반도체 장비업체 소이텍이 22% 급등했습니다. 반면 세계 최대 식품기업 네슬레는 1989년 이후 최대 낙폭인 7.98% 빠졌고,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도 17.7% 폭락하며 기술주 업종은 2.9% 내렸습니다. 식음료 업종은 4.1% 하락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소비재 기업에 미치는 충격이 뚜렷했습니다.
라가르드 총재는 2027년 10월 임기 종료 전까지 자리를 지키겠다고 밝혀 위기 관리 의지를 보이긴 했습니다. 다만 유가가 더 오르거나 이란 갈등이 길어지면 ECB의 동결 기조는 흔들릴 수밖에 없을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