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적'을 빼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통일부가 남북 관계에서 써오던 '주적'이라는 표현을 대체할 새 용어를 찾기 위한 공론화에 나섰습니다.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부르는 방안도 검토되는데요.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한반도 평화공존 3대 청사진'을 구체화하는 첫 단추입니다.
통일부는 남북 간 인식과 규범에 남아 있는 적대성을 줄이고, 서로를 존중하는 이름부터 바꾸자는 입장입니다. '주적'이라는 단어 하나가 남북 관계의 온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는 셈이죠.
평화 공존을 위한 3대 청사진
이 대통령이 제시한 구상은 '포용적·안정적·책임 있는 평화 공존'으로 요약됩니다. 포용적 공존을 위해선 말과 글에서 적대감을 빼는 작업이 필요하고, 안정적 공존을 위해서는 단절된 남북 연락 채널을 복구하고 9·19 군사합의를 복원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통일부는 보건의료와 원산갈마, 서울~베이징 고속철도,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 등 4대 평화교류 사업을 구체화할 계획입니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고 종전을 위한 다자 논의를 제안한 점도 눈에 띕니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비핵화' 대신 '북핵 중단'에 무게를 둔 현실적 접근입니다. 북한이 거부하는 비핵화라는 용어를 피하고, 당사자 간 종전 논의로 긴장을 낮춰보자는 취지입니다.
엇갈리는 시선과 헌법적 논란
하지만 통일부의 추진 의지와 달리 정부 내부에서도 시선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열흘 전 업무보고에서 용어 하나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는데요. 국방부 역시 연말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기존 표현을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정치권의 반발도 거섭니다. 국민의힘은 이번 조치를 '안보 포기 선언'이라 비판했고, 일각에서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헌법 3조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호칭만 바꾸는 것이 북한의 핵 고도화를 멈출 실효성이 있겠냐는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언어와 인식의 변화가 평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다른 갈등만 낳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통일부의 공론화가 어떤 결론을 도출하느냐에 따라 향후 대북 정책의 방향성도 달라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