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를 뚫은 400만 배럴
미군의 해상 봉쇄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란산 석유를 실은 유조선 다수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사실이 위성 분석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로이터 통신이 인용한 탱커스트래커스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4일 약 400만 배럴 규모의 석유를 싣고 있는 이란 유조선들이 해협을 통과했습니다. 이는 이란이 전쟁 발발 직후 시도한 해협 통제와 미국이 이에 맞서 단행한 ‘역봉쇄’ 조치 한가운데서 벌어진 일입니다. 미군의 봉쇄에도 불구하고 이란 석유가 해협을 통과했다는 사실 자체가 양측의 복잡한 계산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봉쇄가 시작된 이후 최근 며칠 사이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이란 항구로 되돌아간 유조선도 6척에 달합니다. 이 선박들에는 총 1,050만 배럴에 이르는 이란 석유가 실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통과한 선박과 회항한 선박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 양상은, 봉쇄가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했지만 이란의 수출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동시에 시사합니다.
해협을 둘러싼 치열한 신경전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에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이란이 전쟁 초기 이 해협의 통제에 나선 것도, 미국이 즉각 ‘역봉쇄’로 맞선 것도 모두 이 같은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입니다. 미군은 봉쇄 조치 이후 선박 37척을 다른 경로로 우회시키는 등 적극적으로 통제를 시행해 왔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연계 선박에 대한 봉쇄가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며, "이란의 석유 수송 라인이 곧 막힐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장의 상황은 더 다채롭습니다. 지난 24시간 동안만 최소 7척의 선박(벌크선 중심)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전쟁 전 하루 평균 약 140척이 통과하던 것과 비교하면 극히 적은 수치이지만, 완전한 통행 중단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미군이 특정 이란 유조선의 통과를 의도적으로 용인했는지 여부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지만, 외교적 타협을 위한 신호로 해석하는 관측도 있습니다. 양국이 종전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부 통행 허용이 대화 창구를 열어두기 위한 계산된 움직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불안정한 해협, 향후 관전 포인트
이번 사건은 호르무즈 해협이 단순한 물리적 통로가 아니라, 미국과 이란의 힘의 격차와 외교적 의지가 맞부딪치는 상징적 공간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줍니다. 미국은 군사적 우위를 바탕으로 봉쇄라는 강압적 수단을 구사하고 있고, 이란은 해협 통제라는 카드를 통해 협상 레버리지를 확보하려 합니다. 400만 배럴의 석유 통과는 어느 한쪽의 완전한 승리나 패배를 의미하기보다, 양측이 위험한 충돌은 피하면서도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는 ‘제한적 대립’의 양상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향후 가장 주목할 점은 이 불안정한 균형이 어떻게 변할지입니다. 국제 유가는 해협 통행량의 변동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통행이 더욱 위축되거나 큰 규모의 선박 통과 차단 사례가 발생한다면, 에너지 시장의 불안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동시에, 양국의 협상 테이블에서 해협 통제권이 어떤 협상 카드로 활용될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겁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선박 하나하나가 단순한 운송 수단이 아닌, 국제정치의 온도를 재는 척도가 되고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