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깜짝 발표로 동해 심해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세간의 큰 기대를 모았던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경제성 부족으로 최종 실패했습니다. 한국석유공사는 6개월간의 정밀 분석 끝에 '대왕고래' 구조에서는 상업적으로 개발 가능한 수준의 자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왕고래' 구조에 대한 추가 탐사는 중단되지만, 동해 심해 다른 유망 구조에 대한 탐사 시도는 해외 기업의 투자 유치를 통해 이어갈 계획입니다.
석유·가스 탐사의 높은 문턱, '대왕고래'의 좌절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주요 국책 사업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보다 큰 규모라고 강조했습니다. 안덕근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를 삼성전자 시가총액 5배에 달하는 규모라고 덧붙이며 사업의 잠재력을 부각했습니다. 이 발표는 자원 개발 관련 주가 급등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탐사 초기 단계부터 여러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유망성 평가를 맡았던 미국 지질 탐사 업체 액트지오(Act-Geo)의 신뢰성 문제, 그리고 과장된 매장량 발표 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약 1263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대왕고래' 탐사 시추 작업 결과, 석유 생성 시스템의 필수 요소인 '트랩' 구조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가스 포화도 역시 예상치였던 50~70%에 크게 못 미치는 6.3%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이는 상업적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최종 결론으로 이어졌습니다.
성공을 향한 끈질긴 도전, 해외 사례에서 배우는 교훈
석유 및 가스 탐사는 본질적으로 성공 확률이 낮은 고위험 고수익 사업입니다. 세계적인 사례를 보더라도 첫 시추에서 바로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노르웨이는 33번의 도전 끝에 북해에서 대규모 유전을 발견하며 산유국으로 도약했으며, 가이아나 역시 14번째 탐사에서 대규모 유전을 발견해 경제 발전을 이뤘습니다. 이스라엘, 브라질, 리비아 등 여러 국가들이 수십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에너지 자립의 기반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신현돈 인하대 교수는 이번 '대왕고래' 시추를 통해 얻은 지질 정보를 바탕으로 다른 유망 구조를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한 번의 실패로 전체 탐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은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성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인 탐사를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사업 명맥 잇는다…해외 기업 투자 유치 본격화
'대왕고래' 구조에 대한 추가 탐사는 중단되지만, 한국석유공사는 동해 울릉분지 내 다른 6개의 유망 구조에 대한 탐사를 지속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 3월부터 2차 탐사 시추를 위한 투자 유치 입찰을 진행했으며, 영국 BP와 미국 엑손모빌 등 복수의 글로벌 메이저 석유 기업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거나 실제로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석유공사는 자체 재원 투입을 최소화하고 해외 오일 메이저와의 협력을 통해 탐사 성공 시 비용 리스크를 줄이는 한편, 과반의 지분을 확보하여 개발 성공 시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국내 심해 자원 개발에 대한 동력을 다시 확보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대왕고래'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포항 지역 어민들의 조업 피해 보상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수십억 원에 달하는 피해 규모에 대한 어민들의 요구와 석유공사 간의 협상이 원만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대왕고래' 탐사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한국석유공사는 축적된 자료와 해외 기업의 참여를 바탕으로 동해 심해 자원 개발의 불씨를 이어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