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손정의의 메시지
이재명 대통령이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을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났습니다. 6년 전 문재인 정부 시절, 손 회장이 당시 대통령에게 세 번을 외쳤던 그 단어, ‘AI’가 이번 회동의 가장 큰 키워드로 다시 등장했죠. 손 회장은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을 만날 때마다 미래 산업에 대한 전략적 제안을 해왔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에게는 브로드밴드,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온라인게임을, 그리고 2016년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IoT와 AI에의 투자를 제안하며 한국 산업의 변화를 예고했던 인물입니다. 이번 만남은 그 연장선상에서, 한국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구체적인 협력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글로벌 테크 리더들을 잇따라 만나며 AI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해왔습니다. 블랙록과의 MOU 체결, 엔비디아로부터 26만 개의 GPU 공급 약속을 받아내는 성과도 있었죠. 이번 손 회장과의 회동은 이러한 외교적 노력의 정점에 해당하는 중요한 행보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한국의 기회
회동의 구체적인 의제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하나는 소프트뱅크가 미국 오픈AI, 오라클과 함께 추진 중인 초대규모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약 5천억 달러(한화 약 670조 원) 규모로 알려져 있어, 단순한 투자가 아닌 글로벌 AI 인프라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업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아랍에미리트(UAE) 국빈방문을 통해 한국 기업들의 스타게이트 참여 문호를 열어놓은 상태라, 이번 자리에서 한국의 참여 폭과 깊이를 더욱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하나는 국내 AI 인프라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 요청입니다. 이 대통령 정부는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는데, 소프트뱅크의 기술력과 자본이 한국의 AI 인프라 토대를 견고히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습니다. 회동에는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을 비롯해 배경훈 과학기술부총리, 김정관 산업부 장관 등 경제 부처의 핵심 인사들이 대거 배석해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과거 제안과 현재의 교훈
손정의 회장의 과거 제안들이 당장 정책으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한국 산업의 중장기적 방향 설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브로드밴드 제안은 초고속 인터넷 확산의 시발점이 됐고, 온라인게임 육성 주장은 이후 한국이 게임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일조했죠. 이번 AI 협력 논의도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을 함께 설계해나가기 위한 장기적인 파트너십의 시작으로 읽혀집니다.
한편, 손 회장은 올해 2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의 삼자 회동을 가진 바 있고, 10월에는 이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나 AI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그가 AI 생태계 구축을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발히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그의 네트워크와 움직임에 주목하고 협력의 고리를 연결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셈입니다.
협력 이후의 과제와 전망
이번 회동을 통해 양측이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나 합의문에 서명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자리는 한국 정부의 ‘AI 3대 강국’ 비전에 글로벌 주요 투자자 한 명이 공식적으로 관심과 지지를 표명한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번 논의를 어떻게 사업화하고, 국내 AI 인프라와 인재 양성에 실질적인 자금과 기술이 흘러들어오게 할지에 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AI 경쟁은 이제 국가 간, 기업 간의 총력전입니다. 반도체 강국이라는 기존 강점을 AI 시대에 어떻게 접목시킬지, 그리고 글로벌 자본과 기술을 어떻게 우리의 생태계 발전에 유용하게 끌어들일지가 관건입니다. 손정의 회장의 방문은 단순한 한 차례의 회동을 넘어, 한국이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여정에서 중요한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