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선이 부른 참사
제주 차귀도 북서쪽 약 65km 해상에서 29t급 근해 어선 제7성진호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10월 5일 오전 3시 4분경이었죠. 승선원 11명 가운데 9명은 인근에서 조업하던 어선에 구조됐지만, 한국인 선장 A(58)씨는 숨진 채 발견됐고 인도네시아인 선원 B(27)씨는 사흘이 지나도록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고 해역에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습니다. 북서풍이 초속 12~14m로 불고 파고는 2.5m에 달했죠. 구조된 선원들은 좌현에서 너울성 파도가 들이닥치자 배가 순식간에 뒤집혔다고 진술했습니다.
복원력을 잃은 배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어획물 적재 상태입니다. 성진호는 조업에서 예상보다 많은 고등어와 조기를 잡았는데, 물고기가 그물에 엉킨 채 갑판 위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무게가 선체 위쪽에 집중되면서 배가 파도를 견디는 복원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게 해경의 판단입니다.
여기에 신고 누락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출항 신고에는 승선원이 8명으로 등록됐지만 실제로는 11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29t급 선박은 풍랑주의보 속에서도 강제 피항 의무가 없어 선장이 조업 여부를 판단했고, 구명조끼 착용 의무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반복되는 경고음
이번 사고는 지난 2024년 제주 비양도 해상에서 129t급 선망 어선 금성호가 어획물을 과도하게 실은 채 전복된 사건을 떠올리게 합니다.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원인의 참사가 되풀이된 셈입니다.
해경은 함정 8척과 항공기 5대를 투입해 수색 구역을 가로세로 56km까지 넓히며 실종자 찾기에 나섰습니다. 수협은 구조에 나선 황금호 등 어선 3척의 어업인들에게 포상을 추진하기로 했는데요. 인명 피해를 줄인 협력은 빛났지만, 과적과 신고 누락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