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앞에서 팽팽한 미국과 이란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들썩이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영향인데요. 8월 11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88.91달러까지 오르며 강한 상승세를 보였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83.20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사실 이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5분의 1이 지나가는 핵심 경로라서, 조금만 긴장감이 높아져도 에너지 시장은 바로 반응을 보입니다.
이란은 해협 재개방을 앞세워 미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모흐센 레자이 신임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동결 자금 해제와 역내 전쟁 종식 등 6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절대 개방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란은 핵 프로그램보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더 강력한 협상 지렛대로 보고 있다는 게 미 정보당국의 평가입니다. 이란 측은 오만과 새로운 항로 설정을 논의 중이라면서도, 안전 통항 서비스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죠.
반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요구에 군사력 대신 경제적 압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그는 이란이 지난 50년간 살해한 수십만 명의 무고한 시위대와 USS 콜호 테러 등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며 맞불을 놓았는데요.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해협을 통제하고 있고 많은 선박이 통과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란의 기뢰와 공격 위험 때문에 해운사들이 운항을 꺼리는 게 현실입니다.
무력 개방은 불가능한 선택?
미군 내부에서도 무력을 통한 해협 장악은 극도로 위험한 선택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미군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군사 작전이 상당한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다수의 부상자와 전사자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유럽과 걸프 지역 국가들 역시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 가능성을 우려하며 군사 개방의 불확실성을 전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재국들은 합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의 카와자 아시프 국방부 장관은 양국이 모종의 합의에 근접했다고 밝혔고, 카타르 외무부 역시 오만과 이란 간 협상이 진전됐다고 언급했는데요. 하지만 중재국의 낙관론과 달리, 실제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선박은 급감한 상태입니다. 케이플러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일 통과 선박은 단 8척에 불과했는데, 이는 전쟁 발발 전 130척 이상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입니다.
홍해 상황도 걱정거리입니다. 호르무즈의 대체 항로인 홍해에서는 친이란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이집트 선박 선원 등 6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이는 지난 2월 이후 후티의 상선 공격으로 인한 첫 인명 피해로, 에너지 수송로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유가와 전략비축유가 보내는 신호
시장은 이런 지정학적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국제유가가 오르는 데는 미국의 전략비축유(SPR)가 4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점도 한몫했는데요. 지난주 SPR은 2억 9천870만 배럴로 떨어졌고, 이는 1983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공급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비축유까지 줄어들자 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죠.
물론 에버코어 ISI 등 일각에서는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억제되고 있어 연준의 통제력을 신뢰한다며 10년물 국채 금리가 4.70%를 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BOK파이낸셜은 합의 지연과 에너지 시설 공격으로 단기적인 공급 부족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는데요. 결국 호르무즈 해협의 운명은 군사력이 아니라 외교적 타협에 달려 있으며, 그 과정이 얼마나 지연되느냐에 따라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은 계속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