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이 삼킨 마을, 시신 없는 장례가 이어지다
네팔 대홍수가 발생한 지 2주가 넘었지만, 여전히 실종자를 찾지 못한 주민들이 나무와 향신료를 태우며 시신 없는 장례식을 치르는 참혹한 현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누와코트 등 피해 지역에서는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가슴을 치는 유족들의 모습이 포착되었는데요. 기본적인 구호 물품이 턱없이 부족하고, 다리가 완전히 파손되어 임시 집라인으로 물건을 옮기는 등 복구 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강가에 있던 집 약 300채가 형체도 없이 사라지면서 주민들은 더 이상 예전 자리에 살 터전을 잃어버렸습니다.
아픔 딛고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
하지만 절망 속에서도 일상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트리슐리강 하류 데비가트 마을에서는 주민 아르준 가주렐 씨가 진흙으로 뒤덮인 집안에서 식탁 하나를 겨우 건져냈고, 옷가게를 하던 수니타 타파 씨는 물에 젖은 옷들을 말리며 가족의 생존에 감사하며 다시 일어섰습니다. 마을 청년들은 어린 학생들이 등교할 수 있도록 위험을 무릅쓰고 불어난 강 위에서 다리 복구 작업을 서두르고 있었죠. 끊긴 다리를 대신해 로프로 만든 임시 다리를 이용하며 불편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한국인 실종자 9명을 찾기 위해 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가 육상 수색팀과 드론, 헬기를 동원해 집중적으로 수색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해외긴급구호대 1진이 귀국한 가운데, 2진이 교대 투입되어 일주일간 재건과 복구 작업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작은 배출, 큰 재난...기후 불평등의 민낯
이번 재난의 이면에는 기후위기라는 냉정한 진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콜로라도대 연구진에 따르면 고산지대 영구동토층이 기온 상승으로 녹으면서 천연 댐 역할을 하던 빙하호가 붕괴되어 대홍수를 일으키는 구조인데요. 네팔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0.01%에 불과하지만, 지형적 특성 때문에 기후재난에 가장 취약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2025년 빙하호 붕괴로 두 다리를 잃었던 파랑바 라마 씨가 올해 대홍수로 다시 실종된 사례는 이런 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네팔 정부는 미국과 중국, 인도 등 주요 배출국에 손해배상을 촉구했으나 외교적 현실과 국제법의 한계로 유엔 기후변화협약 손실과 피해 기금에 2천만 달러를 요청하는 데 그쳤습니다. 누적 배출량 세계 16위인 한국 또한 히말라야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과 환경영향평가 강화 등 책임 있는 지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