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떠난 '나는 몰라요'의 주인공
가수 옥희가 신장암 투병 끝에 향년 73세로 별세했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의 한 호스피스 병동에서 가족들이 지키는 가운데 조용히 눈을 갔는데요. 임종의 순간까지 남편인 홍수환 전 복싱 세계챔피언이 지극정성으로 곁을 지켰다고 합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고, 장례는 대한가수협회장으로 치러지며 가요계 동료들이 마지막 길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사실 옥희는 투병 중에도 무대를 향한 열정을 놓지 않았습니다. 올해 3월까지 KBS '가요무대'에 출연해 '정열의 꽃'을 부르는 등 마지막까지 관객 앞에 섰고, '고마운 사랑'과 '인생 열차'를 유작으로 남겼습니다. 절친한 동료 장미화도 면회를 통해 마지막 인사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팝 원조로서 누비던 세계 무대
옥희는 1953년 부산에서 태어나 배화여중 시절 가수 현미의 소개로 미8군쇼 오디션을 거쳐 연예계에 입문했습니다. 1968년에는 5인조 걸그룹 '서울시스터즈'의 리더로 데뷔해서 홍콩과 중동, 미국, 캐나다 등 세계 각지를 누비며 한국 대중음악의 해외 진출을 앞장에서 이끌었는데요. 특히 미국 라스베이거스 호텔 쇼에 입성하고 빌보드에 소개되는 등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글로벌 활약을 펼쳤습니다.
귀국 후인 1974년에는 작곡가 김희갑의 '나는 몰라요'로 솔로 전향에 성공했습니다. 이 곡으로 MBC '10대 가수상'을 거머쥐었고, 이후 '눈으로만 말해요', '어디에 있을 것 같아', '이웃사촌', '두 손을 잡아요'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1970년대 가요계를 대표하는 여성 가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한 목소리로 수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았죠.
홍수환과의 극적인 사랑, 그리고 마지막 열정
개인사 역시 세간의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복싱 세계 챔피언 출신 홍수환과 열애하며 1978년 딸을 얻었으나 이후 결별했는데요. 그런데 16년이 지난 1995년에 두 사람이 재결합하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습니다. 2000년에는 부부 앨범을 발매하고 자선음악회에 함께 서는 등 남다른 부부애를 과시했습니다. 슬하에는 홍수환과의 사이에서 아들 하나와 딸 하나를 두었습니다.
신장암 진단을 받은 뒤에도 옥희는 음악을 놓지 않았습니다. 원로가수 음악 동인 '예우회'와 함께 앨범을 발매하고 무대에 섰는데, 이는 단순한 직업이 아닌 삶 자체였음을 보여줍니다. 가수로서 첫발을 내디딘 그날부터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노래와 함께한 인생이었습니다. 고인이 남긴 수많은 히트곡과 세계 무대를 누볐던 원조 K팝 스타의 발자취는 앞으로도 대중의 기억 속에서 빛바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