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상급지에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흥미로운 신호가 포착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13.5%나 오르며 팬데믹 이후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는데요, 한편으로는 ‘준강남’으로 불리는 과천 아파트값이 1년 8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이는 전체 시장이 고르게 오르는 단순한 상승 국면이 아니라, 시장 내에서도 뚜렷한 계층별 분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강남 3구를 포함한 동남권은 지난해 23%라는 가파른 상승을 이어갔지만, 그 인접 지역인 과천에서는 매도 물량이 급증하며 가격 조정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 강남구의 주간 상승률은 0.01%에 그쳐 사실상 보합 수준을 기록했고, 서초구와 송파구 등 다른 상급지들의 상승폭도 축소되는 모습입니다. 이는 상급지 시장 전반의 상승 동력이 한풀 꺾일 수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지고 있죠. 반면, 15억원 이하의 하위 금액대 아파트에는 매수세가 여전히 집중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이중국면’이 펼쳐지고 있을까?
이러한 분화 현상 뒤에는 몇 가지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대출 규제의 영향이 큽니다. 수도권과 규제 지역에는 엄격한 대출 한도가 적용되는데,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대출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15억원 이하 아파트에 실수요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결국, 구매력의 한계가 특정 금액대의 수요를 압축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는 거죠.
다른 한편으로는 매물 공급의 변화도 중요합니다. 과천의 경우, 최근 한 달 새 매도 매물이 36.9%나 급증한 반면, 실제 매매 거래는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92.7%나 급감했습니다. 이는 특히 다주택자들을 중심으로 매물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는 국면이 형성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반면, 강남 3구 등 최상급지는 아직까지 매물 공급이 제한적이며, 프리미엄에 대한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정의 시작일까, 아니면 새로운 기회일까?
전문가들은 당분간, 특히 5월까지는 과천을 필두로 한 일부 상급지에서 가격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매도 물량이 소화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이 조정 국면이 장기적으로 지속될지는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매물이 잠기고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가 이어지면, 오히려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서울의 전세 가격은 지난해 5.6% 상승하며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세시장의 열기가 여전하다는 증거이고, 궁극적으로는 매수 수요를 지탱하는 토대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조정기에 급매물이 나오는 상황은, 내 집 마련을 계획 중인 실수요자에게는 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시장의 흐름이 단순하지 않고 계층과 지역에 따라 세밀하게 갈라지고 있는 만큼, 투자가 아닌 실제 주거를 위한 구매라면 시장의 리듬을 읽으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