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를 덮친 검은 그림자
최근 부천 전통시장과 인천 교차로에서 잇따라 발생한 차량 돌진 사고로 5명의 목숨이 희생됐습니다. 두 사고 모두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은 페달 오조작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의 심각성이 다시 한번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부천 사고는 132m를 질주하며 시장을 초토화시킨 뒤 사망자 4명, 부상자 17명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고, 인천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이 서행하던 SUV에 치여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통계로 보는 고령 운전자 위험성
노인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노인 운전자로 인한 사망자가 30.2%를 차지했는데, 이는 노인 운전자의 운전면허 발급 비율(약 14%)의 두 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노인 운전자가 페달 오조작 사고의 25.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달 160건 이상의 페달 오조작 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며, 4건 중 1건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연루되어 있습니다.
이미 존재하지만 막히는 안전장치 보급
흥미로운 점은 페달 오조작을 막을 기술은 이미 개발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는 정차 또는 시속 15㎞ 이하 주행 시 급가속을 억제하고, 엔진회전수가 4000 이상으로 급격히 상승할 때 과속을 제한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가격도 44만 원대로 고가의 장비는 아닙니다. 그러나 현행법상 '자동차의 안전 운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임의 설치'를 금지하는 규정 때문에 개인이 돈을 내고도 이 장치를 달 수 없는 현실입니다. 현재까지 설치된 차량은 전국적으로 800대에 불과한 반면, 일본은 2022년부터 신차의 90%에 해당 장치가 부착되어 판매되고 있습니다.
피해 복구의 첩첩산중
부천제일시장 사고로 인한 피해 복구 과정에서도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상인들은 대물배상과 휴업손해 보상을 받기 위해 재고와 매출 증빙 자료를 제출해야 하지만, 전통시장의 특성상 현금 거래 비중이 높아 증빙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2023년 기준 전국 전통시장의 신용카드 매출 비중은 51%에 불과한데, 영수증 없는 현금 거래의 벽이 피해 보상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고령 상인들이 많아 서류 준비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점도 문제입니다.
다가올 변화와 남은 과제
국토교통부는 2029년부터 제작·수입되는 신차에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규정을 개정할 예정입니다. 또한 한국교통안전공단은 경찰청, 손해보험협회와 함께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사고 예방 효과를 검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무화 시행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는 동안에도 수많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고령 운전자 사고 방지를 위해 면허 반납을 권고하고 있지만, 반납률은 2%대에 머물러 정책 효과가 미미한 상황입니다.
이번 연쇄 사고들은 단순한 운전 과실을 넘어 고령화 사회가 맞이한 교통안전 시스템의 근본적인 재설계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술적 대응과 제도 개선, 운전자 교육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종합적인 안전망 구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