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만남, 세 번째 자리에서
지난달 28일 오후 4시 20분쯤 충남 천안시 서북구 두정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30대 한국인 남성 A씨가 20대 일본인 여성 B씨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A씨는 범행 직후 현장을 빠져나와 100km 넘게 떨어진 전북 전주까지 달아났고, 약 8시간 만인 이튿날 새벽 숙박업소에서 긴급 체포됐습니다. 이후 살인 혐의로 구속됐지만 영장실질심사는 스스로 포기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짧았습니다. B씨는 지난 9월 한국에서 A씨를 처음 만났고, 이달 중순 단기 체류 자격으로 다시 입국해 사건 당일 세 번째로 얼굴을 마주쳤습니다. 연인 관계도, 스토킹 신고 이력도 없었습니다. 세 번의 만남 끝에 한 사람은 숨지고 한 사람은 살인 혐의로 구속된 겁니다.
"함께 죽으려 했다"는 진술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주식 투자로 500만 원가량 손해를 보고 미래가 보이지 않아 극단적 선택을 결심했는데, 혼자 죽기가 무서워 B씨와 함께 가려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일정한 직장 없이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온 점도 조사에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진술과 행적 사이에는 맞지 않는 대목이 적지 않습니다. 함께 죽으려 했다면서 정작 범행 직후 타지로 도주했고, 흉기를 미리 준비해 범행 장소로 향한 정황도 계획 범죄 의혹을 키웁니다. 결정적으로 B씨가 발견 당시 상체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수사 방향도 달라졌습니다. 당초 성범죄와 무관하다던 경찰은 성적 목적 범행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다각도로 수사 중이라며 입장을 바꿨습니다. 다만 성범죄 여부가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잠긴 휴대전화, 남은 열쇠
수사의 관건은 결국 두 사람이 어떻게 연결됐는지입니다. A씨와 B씨의 휴대전화가 모두 잠겨 있어 통화 내역과 접촉 경로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고, B씨가 숨지기 직전 도움을 요청한 한국인 남성과의 관계도 조사 대상입니다. 경찰은 현재까지 이 남성과 범행의 연관성은 찾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디지털 포렌식과 부검 결과를 토대로 동기와 추가 범행 여부를 가릴 방침입니다.
사건은 일본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NHK와 교도통신, 후지TV 계열 FNN 등 주요 매체가 잇달아 보도했고, 일부 온라인에서는 언어교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났을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현지에서는 앱 사용에 주의하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유족은 경찰 면담에서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