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 계엄 반대했다는 증언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에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충격적인 증언을 했습니다. 여 전 사령관은 지난해 5월 삼청동 안가 모임에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과 비상대권 발동을 언급하자, 직접 무릎을 꿇으며 계엄의 현실적 불가능성을 호소했다고 진술했습니다. "36년 군 생활 동안 계엄 훈련 한 번 받아본 적 없다"며 "제정신인 군인이라면 누구도 계엄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겁니다.
이 증언은 지난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이 "체포 지시한 적 없다"며 여 전 사령관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했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검찰총장까지 지낸 사람에게 체포 명단을 지시할 리 있겠느냐"며 수사의 '시옷' 자도 모른다는 발언까지 했었는데요, 여 전 사령관의 이번 증언으로 공방이 더욱 가열되고 있습니다.
체포 명단을 둘러싼 진실 공방
재판장에는 '정치인 체포조 명단'을 둘러싼 치열한 주장과 반박이 이어졌습니다. 특검 측이 제시한 메모에는 김어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강위원 전 특보,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 등 이재명 대통령 측근들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심지어 김어준을 김호중으로 오인하는 해프닝까지 발생할 정도로 명단이 허술하게 작성되었다는 점이 드러났죠.
여 전 사령관은 이 명단에 대해 "누군가에게 지시한 것이 아니라 단순 메모"라고 주장하며 특검의 '짜맞추기 수사'라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반면 변호인단은 명단의 허술함이 내란 실행 계획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명단 작성 배경과 의도를 둘러싼 논쟁이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증언 거부와 책임 회피 논란
흥미로운 것은 여인형 전 사령관이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는 대부분 증언을 거부했다는 점입니다. '계엄 당일 정치인 체포 지시'나 '선관위 방첩사 병력 투입'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선 "자신의 형사재판과 연관된다"는 이유로 답변을 피했습니다. 특히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의 통화 여부에 대해서는 "같은 피해자들끼리 물고 뜯고 싶지 않다"며 진술을 거부하기도 했죠.
이런 모습은 윤 전 대통령의 재판 태도와 유사합니다. 윤 전 대통령도 곽종근 전 사령관이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했다"는 증언에 대해 "술을 많이 마신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며 신빙성을 부정하는 등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습니다. 양측 모두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적 진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비상계엄의 허술한 실태
여인형 전 사령관의 증언으로 당시 비상계엄 체계의 심각한 문제점도 드러났습니다. 그는 "계엄 선포 시점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일이었다"고 진술했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방첩사령관이 전국 주요지휘관 회의에 참석조차 못할 정도로 체계가 무너져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기술자 퇴근으로 화상회의 연결이 불가능했고, 정기인사 시즌이라 직원들이 술을 마신 상황까지 더해져 극도로 혼란스러운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여 전 사령관은 "화요일은 소주 한잔 하기 딱 좋은 날"이라며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고 증언할 정도였습니다. 이는 군의 비상대비 태세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향후 재판 전망과 파장
이번 재판은 단순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뿐 아니라, 국가 위기 상황에서의 권력 행사와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한덕수 전 총리의 재판이 내년 1월 선고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번 재판의 결과는 향후 다른 국무위원들의 재판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재판 과정에서 '충암고 라인'으로 불리던 인물들 사이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한때 정치적 동지였던 이들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은 이번 사건의 복잡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재판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리고 국가적 위기를 초래할 뻔했던 계엄 논의의 전모가 어떻게 드러날지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