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과 다른 얼굴의 체감경기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기업경기조사 결과를 보면, 전산업 기업심리지수는 전월보다 1.2포인트 하락한 97.7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 4월부터 이어오던 상승세가 3개월 만에 꺾인 것인데요. 반면 제조업은 정보기술 수출 호조에 힘입어 101.2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기준선인 100을 웃돌았습니다. 이런 상반된 흐름 속에서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온도 차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사실 제조업의 상승세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전자·통신장비 업종의 실적 개선이 주도했습니다. 자금 사정과 신규 수주가 함께 나아지면서 지난 2022년 8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는데요. 특히 대기업과 수출 기업의 심리지수는 각각 104.5와 106.4까지 오르며 강한 회복세를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같은 제조업 안에서도 중소기업은 95.7로 소폭 하락했고, 내수 기업 역시 98.0에 머물렀습니다. 수출 대기업만 따로 뛰는 모양새가 분명해진 겁니다.
건설업과 기저효과에 발목 잡힌 비제조업
반대로 비제조업은 전월 대비 2.1포인트 하락한 95.4를 기록하며 전체 지수를 끌어내렸습니다. 건설업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5월 가정의 달과 연휴 특수로 잠시 올랐던 예술·여가·숙박 업종이 기저효과를 맞으며 심리가 위축된 것입니다. 당연히 매출과 채산성 지수가 함께 밀리면서 비제조업 전반의 경영 여건이 악화되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앞날이 더 어두운 기업들의 전망
물론 기업들의 시장 전망도 밝지만은 않습니다. 다음 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는 95.2로 더 떨어질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하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여전히 경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서입니다. 특히 제조업은 중동 전쟁 이후 공급망 차질이 한풀 꺾이면서 재고 정상화와 환율 부담이 겹칠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들이 꼽은 애로사항을 보면 제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을, 비제조업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지적했습니다. 이흥후 한국은행 관계자는 내수 기업의 지수가 장기 평균에 미치지 못하지만 부진이 완화되는 흐름이라며, 수출 호조가 내수로 확산될 경우 개선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현재로서는 반도체를 제외한 많은 영역에서 체감 경기가 여전히 차가운 게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