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장에서 꺼내든 '현대 투자' 카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16일 조지아주 댈턴에서 열린 중간선거 유세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투자 계획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그는 현대가 웨스트포인트 공장 확장을 위해 5억6000만 달러, 약 7486억 원을 투자한다고 "방금 발표했다"며 관세 정책의 성과를 강조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례를 공화당 리더십 아래 미국 경제가 잘 나가고 있다는 근거로 활용했습니다.
실제 투자 주체는 현대차 완성차가 아니라 부품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입니다. 기존 1·2공장을 현대화하고 3공장을 신축해 하이브리드 차량용 전동화 파워트레인 생산 능력을 키우는 게 핵심이고, 행정·관리·생산 분야에서 320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길 전망입니다.
알고 보니 열흘 전 발표
문제는 이 발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가 이미 10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같은 내용을 공개했거든요.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에서 "방금 발표했다"고 말한 것과 달리, 실제로는 열흘 전에 나온 계획을 다시 꺼내 든 셈입니다.
정치적으로는 투자 유치 성과를 선거 국면에 맞춰 재포장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글로벌 법률회사 DLA 파이퍼가 현대트랜시스 조지아 법인의 인센티브 협상을 자문했지만, 구체적인 지원 규모와 공장 가동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자금력 역전과 격전지 민심
유세의 배경에는 11월 3일 치러지는 중간선거가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상원 후보 마이크 콜린스, 주지사 후보 릭 잭슨 등을 지원하기 위해 댈턴을 찾았는데요. 하지만 격전지 9개 주의 모금액을 집계해 보면 민주당이 공화당을 크게 앞서고 있습니다. 텍사스 상원선거에서는 민주당 탈라리코 후보가 6400만 달러를 모은 반면, 공화당 팩스턴 후보는 1800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반대로 일론 머스크 등 대형 기부자들의 슈퍼팩이 3분기에만 2억7000만 달러를 쏟아부으며 공화당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란 전쟁과 러시아산 경유 수입 논란은 물가 상승과 동맹국 반발을 불러오며 공화당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고, 일부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모습도 보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시장에서는 7400억 원 규모 투자가 재무구조에 미칠 영향과 함께, 국내 생산 물량 감소와 고비용 현지화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대미 직접 투자가 통상 압박을 완화하는 방어막이 될지, 부담으로 돌아올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