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만에 구매력 급등, 반도체가 이끈 성장
2026년 2분기 한국 경제의 실질 구매력이 3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했는데요. 이는 1988년 1분기 이후 약 38년 만에 나온 최대 증가율입니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수출품의 가격 상승이 이런 구매력 확대를 견인했고,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도 원유 수입선 다변화와 나프타 수급 안정화로 제한적으로 막아낸 덕분에 실질 소득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이로써 2026년 연간 경제 성장률이 3%대에 진입할 전망도 가시권에 들었습니다. 상반기 성장률이 3.8%에 달했고, 반도체 경기 호황이 예상보다 강하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내수 시장도 서서히 살아나고 있습니다. 가전제품과 음식, 숙박 등 서비스 소비가 늘면서 민간소비가 회복되고 있고, 정부 지원 정책과 기업들의 환급 행사도 소비 심리 개선에 한몫했습니다. 2분기 실질 GDI는 전년 대비 15.6%나 올라 1988년 1분기 이후 38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성장의 이면,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그런데 이런 경제 성장의 이면에는 다른 현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바로 청년층의 고용 시장이 역대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는 점인데요. 이번 성장의 약 40%가 반도체 등 컴퓨터와 전자 광학기기 분야에서 나왔습니다. 문제는 이런 산업이 고용을 많이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겁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투자는 크게 늘었지만, 이것이 청년 일자리로 직접 연결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국가데이터처 조사 결과, 지난 5월 기준 15~29세 청년층 중 취업 경험이 있는 비율은 84.8%로 2004년 집계 시작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학업을 마친 뒤 1년 넘게 취업하지 못한 청년 비율도 48.6%에 달했는데,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경제는 뜨겁게 성장하는데, 정작 청년들은 일할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괴리를 두고 일각에서는 고용 없는 성장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물가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나
구매력이 급등하면서 또 다른 과제도 떠올랐습니다. 바로 물가 상승 압력인데요. 실질 GDI가 크게 늘면 가계의 소비 여력이 커지고, 이는 시중 통화량 증가로 이어져 물가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이런 구매력 상승이 수요 측 물가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GDI와 GDP를 통화정책의 핵심 판단 지표로 꼽으며 물가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인상하는 이른바 백투백 인상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구매력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을 이유로 기준금리 추가 인상 속도를 앞당길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이는데, 원달러 환율과 가계대출 흐름, 수도권 주택가격 등도 함께 고려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