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닿지 않는 지원금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경남 창원 창동예술촌에서 지역 예술인들과 가진 차담회에서 문화예술 지원 시스템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을 이어갔습니다. 대통령은 문화예술계가 '산소 부족으로 썩어가는 거 아니냐'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그는 지원 확대 의지와는 별개로, 현재의 지원 구조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을 수 있다는 근본적인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특히 창작 분야 지원금이 일부 단체장들에게 집중되고, 실제 필요한 현장의 예술가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부정부패 사례를 지방자치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김혜경 여사도 동석해 해외에서 느낀 K-컬처에 대한 부러움을 전하며, 그 성공의 기반에는 지역에서 묵묵히 일하는 예술인들이 있다고 격려했습니다. 여사는 예술인들을 '모세혈관'에 비유하며 그들의 역할의 중요성을 피력했죠. 이번 차담회는 정책을 선언하는 자리가 아니라,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듣고 토론하는 소통의 장으로 마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단합 어려운 계층, 일률적 정책의 함정
대통령이 지적한 또 다른 문제는 문화예술계의 고유한 특성입니다. 그는 이 분야가 지나치게 다양하고 개별적이어서 단결과 단합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런 특성 때문에 위에서 내려오는 일률적인 정책은 오히려 현장에 제대로 침투하지 못하고 중간에서 흩어지기 쉽습니다. 즉, 행정의 편의를 위해 설계된 지원 시스템이 오히려 현장과 괴리될 수 있다는 진단이었죠.
물론 대통령은 정부의 역할을 부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국무회의 등을 통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시 문화예술계 지원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물'이 밑 빠진 독으로 흘러 들어가 소용없게 되지 않도록, 시스템 자체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비판을 넘어, 지원의 양적 확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모순을 직시하자는 촉구로 읽힙니다.
지역에서 시작되는 문화의 활력
이번 차담회의 장소가 창원 창동예술촌이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습니다. 대통령은 퇴락한 마을에 예술인들이 들어와 공간을 변화시키고 지역 주민에게 기쁨을 주는 사례에 주목하며, 문화예술의 진정한 힘은 이런 '지역의 모세혈관'에서 나온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중앙 주도적이고 눈에 띄는 대형 프로젝트만이 문화예술 지원의 전부가 아님을 시사하는 발상이죠.
앞으로의 과제는 명확해 보입니다. 대통령이 제기한 '밑 빠진 독' 문제를 해결할 투명하고 효율적인 지원 경로를 만드는 것, 그리고 문화예술계 내부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공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것입니다. 당장의 해법이 쉽게 나오지는 않겠지만, 최고 책임자가 직접 현장을 찾아 문제를 공론화한 것 자체가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지원금의 흐름을 바로잡고 지역 예술인들의 주체적인 활동이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K-컬처의 위상을 지속시키는 더 튼튼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