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망해도 퇴직금은 남는다
퇴직금을 회사 안에 두지 않고 외부 금융기관에 미리 맡기는 제도가 2030년까지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됩니다. 고용노동부와 재정경제부 등은 지난달 29일 '퇴직연금 기능강화 방안'을 내놨는데요. 제도 도입 21년 만의 대대적인 손질입니다.
배경에는 만성적인 체불이 있습니다. 지난해 임금체불액 가운데 8,229억원, 41%가량이 퇴직금이었습니다. 부천의 한 제조업체에서 퇴직한 근로자는 1,300만원을 1년 넘게 받지 못한 채 회사가 무너질까 불안해합니다. 퇴직금을 운영자금으로 쓰다 보니, 경영이 흔들리면 피해는 고스란히 근로자 몫이 되는 겁니다.
시행은 규모별로 나뉩니다. 2028년 100인 이상을 시작으로 2029년 10~99인, 2030년 10인 미만까지 차례로 적용됩니다. 적립을 피하면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인 '푸른씨앗'에 자동 가입되고,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붙습니다.
낮은 수익률, 기금형으로 손본다
또 하나의 축은 기금형 퇴직연금입니다. 여러 사업장의 적립금을 모아 전문 수탁법인이 운용하는 방식으로, 2028년 상반기 도입이 목표입니다. 금융기관 개방형, 연합형, 공공기관 개방형 등 세 형태로 운영되며, 수탁법인은 적립금의 0.25%를 운영위험준비금으로 쌓아야 합니다.
수익률 격차도 배경입니다.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6.47%로 역대 최고였지만 10년 평균은 2.64%에 그쳤습니다. 국민연금(18.82%)과 비교하면 차이가 큽니다. 적립금 75%가량이 예금과 원리금보장 상품에 묶인 구조가 발목을 잡은 셈입니다. 정부는 증권사 상품 편입을 허용하고 위험자산 투자 한도도 단계적으로 풀기로 했습니다.
소상공인 부담과 국민연금 변수
현장의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매달 나가는 적립금이 운영자금을 묶어 유동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은 월급 지급도 빠듯해 일괄 적용이 무리라는 겁니다. 정부는 조기 도입 사업장에 부담금 10%와 대출금리 2%포인트 인하를 제시했지만,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3년의 순차 시행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현장 여건을 반영한 보완을 요구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의 참여 여부도 변수입니다. 수익률이 높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공공기관이 민간 시장에 들어오면 공정 경쟁이 흔들릴 수 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정부는 판단을 국회로 넘겼고, 관련 법안은 11월 제출돼 연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