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다리가 연결되지만, 남은 과제는 산더미
네팔 중북부를 덮친 빙하 대홍수 참사가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났습니다. 데비갓 지역에서는 끊어졌던 다리가 복구되어 물자 수송이 재개되었고, 현지 주민들은 정부의 대응에 대한 희망을 되찾았다고 전하는데요. 하지만 아직 수습된 시신 1,377구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것은 102구, 고작 7.4%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번호표를 달고 매장된 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들이 여전히 대다수인 겁니다.
이번 참사는 축구장 6개 크기에 63빌딩 4개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빙하 덩어리가 계곡 아래로 추락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충격이 워낙 커서 진도 5.2 규모의 지진까지 관측되었고, 공식 사망자는 1,000여 명, 실종자는 4,000여 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네팔 새마을회장 판타 나바라즈 박사는 인도 쪽 희생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사망자가 약 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는데요. 가옥 7,000채가 유실되었고 18개 학교가 사라지면서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 전원이 사망하는 비극도 발생했습니다.
복구 현장과 국제사회의 손길
네팔 정부는 복구 비용을 약 6.4조 원, 즉 30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나바라즈 회장은 이번 재난의 근본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를 지목하며 선진국들의 공동 책임과 조속한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사실 네팔은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맞닿는 지질학적으로 취약한 지역인 만큼, 기후 변화는 재난의 강도를 한층 키우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현장에서는 한국 정부가 파견한 소방대원과 의료진 등 8명으로 구성된 2차 긴급구호대가 7일간의 일정으로 수색과 복구를 돕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가의 도로를 고지대로 이전하거나 파괴된 학교를 안전한 곳으로 재배치하는 등 장기적인 복구 과제는 산적해 있습니다.
트레킹 성수기와 또 다른 경고
트레킹 성수기인 10월을 앞두고 네팔 관광업계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랑탕 코스가 사실상 운영 불가능해지면서 예약 취소가 30~40% 급증했고, 일부 여행사는 수익 마이너스를 걱정할 정도입니다. 현지 가이드와 포터들의 생계가 위태로워지고 있는 건데요. 네팔 관광부는 랑탕을 제외한 안나푸르나와 에베레스트 등 대부분의 코스가 여전히 안전하다며 방문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이번 네팔 참사는 단순한 지역 재난이 아닙니다. 빙하가 녹아내린 자리에 고인 물이 자연 댐을 이루었다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트로프 워터' 현상처럼, 기후 변화는 우리에게 예측 불가능한 2차, 3차 재앙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세계자연기금(WWF)도 이러한 패턴이 과거보다 더 빈번하고 강력해지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네팔의 오늘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