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GW를 책임질 호남 반도체 전력망
2030년까지 총 6.3GW의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입니다. 공장 가동의 핵심인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전력이 신기술을 총동원하고 있는데요. 한전은 최근 '전력망 적기 구축 기술혁신 방안'을 수립하고, 비굴착 공법과 장거리 케이블 포설을 본격 도입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는 차원을 넘어, 국가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인프라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사실 반도체 산단의 전력 인프라는 송전선로 건설에 따른 환경영향평가와 복잡한 인허가 절차 때문에 공기 지연의 우려가 컸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7월 29일에는 지방정부와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실무협의체 착수회의가 열렸고, 인허가 기관 간 협력체계도 본격 가동되었습니다. 한전은 이처럼 행정적 효율과 기술 혁신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굴착 없이 케이블을 건너다
기존 방식의 가장 큰 병목은 강이나 하천을 횡단할 때 발생하는 지하 굴착 공사였습니다. 이제 한전은 전용 교량을 설치하는 비굴착 공법으로 이런 난관을 피하고 있습니다. 연결 지점을 최소화한 장거리 케이블 포설 공법도 함께 들여와 시공 효율을 크게 끌어올렸죠.
여기에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구조물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조립식 전력구 기술과 저소음·무진동 기계식 수직구 굴착장비까지 더해졌습니다. 이런 기술들은 공사 기간을 줄이는 동시에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지역 주민들의 수용성을 확보하는 효과도 기대됩니다. 한전은 충분한 기술 검증과 현장 실증을 거쳐 적용 범위를 점진적으로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속도와 안전 사이의 균형
물론 속도를 내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반도체 공장은 미세한 전압 강하로도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곳인데, 단기 성과에 치중한 무리한 일정이 시공 품질과 안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호남권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려는 취지와는 별개로, 태양광과 풍력의 간헐성을 보완할 기저 전원과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보가 먼저 설계되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제기됩니다.
한전은 이런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를 꾸려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김동철 사장은 전력망의 적기 구축이 국가 경쟁력 확보의 핵심 과제임을 강조하며, 호남 반도체 산단이 계획대로 조성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는데요. 결국 전력망 구축의 성패는 기술 혁신만큼이나 치밀한 계획과 계통 안정성 확보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