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송유관 터지고 국내 유가도 요동
사우디 동서 송유관이 친이란 민병대 공격으로 파괴되면서 국내 에너지 시장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송유관은 사우디 동부 유전지대의 원유를 홍해 연안으로 옮기는 핵심 동선인데요. 다행히 정유사들은 통상 23개월 전에 물량 계약을 마치는 특성 덕분에 910월 도입분은 전년 대비 90% 이상 확보한 상태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당장 큰 수급 차질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11월 이후 물량부터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두바이유가 일주일 새 21% 넘게 급등해 배럴당 123달러를 돌파했고, 원유 프리미엄과 운임까지 오르고 있습니다. 송유관 복구에 최장 6주가 걸릴 것으로 보이고, 호르무즈 해협 긴장 완화를 위한 외교 회의마저 연기되어 중동 공급망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정부는 수에즈 운하 등 우회 항로 전환과 운임 차액 지원 확대로 대응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원가 부담 완화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경유 원가, 정부 최고가격을 이미 넘어섰다
공급망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정제유 가격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최근 싱가포르 도매가격 급등으로 경유 리터당 원가가 2011원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정부가 정한 최고가격 1773원을 훌씬 웃도는 수준입니다. 휘발유와 등유 역시 각각 최고가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유가 안정을 강조하며 정유사 호황과 정부의 손실 보전을 언급했습니다. 이는 오는 22일 발표될 10차 최고가격 동결을 사실상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문제는 원가보다 낮은 가격을 고정하면 정부의 손실 보전 비용이 불어난다는 점입니다. 또한 저렴한 기름값이 심리적 과소비를 부추기고, 모든 납세자의 세금으로 일부 운전자를 지원하는 형태가 되어 세금 형평성 논란도 피할 수 없습니다.
시장 원리와 수요 억제, 갈림길에 선 유가 정책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의 가격 통제가 계속될 경우 수요 억제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진수 한양대 교수는 가격 통제 정책에는 수요 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실제로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시행됐던 공공기관 차량 2부제나 공영주차장 5부제 같은 운행 제한 정책의 재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보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 원리에 가격을 맡기고 있습니다. 미국 평균 경유 가격은 리터당 환산 시 2200원이 넘는데도 별도의 상한 제한 없이 시장 가격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비축유 스와프 제도 가동과 우회 항로 지원 등으로 수급 안정에 나서고 있지만, 유가 정책의 근본적인 딜레마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우디 송유관 피격이라는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내수 부담 사이에서 정부의 선택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