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으로 위장한 피싱, 20대에 징역 10년
서울남부지법은 해외 피싱 조직의 발신번호 조작을 맡은 20대 박 모 씨와 팽 모 씨에게 각각 징역 10년과 9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박 씨에게는 추징금 3,729만 원, 팽 씨에게는 2,224만 원도 명령했는데요. 검찰 구형이 5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박 씨에게는 구형의 두 배가, 팽 씨에게도 무거운 형이 내려진 겁니다.
재판부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범행으로 피해자들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었고,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다고 봤습니다. 이들은 해외 조직의 지시를 받아 전국 모텔을 돌며 발신번호 변작 중계소를 운영했고, 39명에게서 약 11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습니다.
'010' 한 줄이 만드는 신뢰
범행 방식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이들은 원격제어 앱을 설치한 휴대전화와 대포폰, 유심칩 등을 활용해 해외에서 걸려온 전화나 문자가 국내 '010' 번호로 표시되게 했습니다. 조직이 공공기관 등을 사칭해 식당과 숙박업소를 예약한 뒤, 물건을 대신 구매해달라며 송금을 유도하고 잠적하는 이른바 노쇼 사기였죠. 번호 하나만 바꿔도 수신자에게는 국내 번호라는 신뢰가 생기고, 그 신뢰가 곧 피해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비슷한 수법은 다른 지역에서도 확인됐습니다. 대구에서는 빌라와 숙박업소에 불법 중계기를 설치한 일당 17명이 검거됐는데요. 압수된 휴대전화와 유심카드, 통신 장비는 3,500여 점에 달했고, 확인된 피해액만 3억 4천만 원입니다. 이들은 하루 2만 원에서 3만 원의 수당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숙박업소로 옮겨간 중계기
경찰은 과거 원룸에서 내국인이 중계기를 관리하던 방식에서 최근에는 외국인 관리책을 모집해 모텔 등 숙박업소에 설치하는 쪽으로 범죄 양상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설치 장소가 유동적이고 관리책을 구하기도 쉬워 단속이 쉽지 않은 겁니다. 조직의 총책이 해외에 있는 만큼, 현장에서 잡히는 이들이 하부 실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은 수사가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경찰은 타인에게 넘긴 휴대전화나 유심카드가 범행 도구로 쓰이면 제공자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법원의 중형 선고가 조직형 피싱에 경고가 될지, 수법이 더 진화할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