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원대 엔화에 쏠린 눈, 지진·폭염이 덮친 여름
엔화 가치가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일본을 향한 여행객 발길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한 달간 5대 은행의 엔화 환전 규모는 315억 엔에 달했는데요. 이는 19개월 만에 최대치로, 단순히 휴가철 여행 수요만으로 설명하기엔 역대급 규모입니다. 사실 이번 열기는 '환테크'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결과입니다. 엔화가 100엔당 800원대로 내려오자, 향후 가치 상승을 노리고 미리 환전해 두려는 저가 매수 수요가 여행 목적의 환전과 맞물렸습니다. 이달 들어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693억 엔 증가했고, 올해 누적 환전액은 벌써 지난해 연간의 68%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강진과 폭염이 쌓은 여행 변수
하지만 일본을 덮은 건 저렴한 엔화 환율만은 아니었습니다. 7월 28일 구마모토현에서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진도 7이 관측된 이번 지진으로 13명이 숨지고 건물이 무너지는 등 인명 피해가 속출했는데요. 특히 한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규슈 지역과 직접적으로 겹쳐 여행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졌습니다. 구마모토공항이 일시 폐쇄되면서 인천발 항공편 결항 사태도 빚어졌고, 규슈 신칸센 운행 중단 등 기반시설 마비가 이어졌습니다. 당연히 예정된 일정을 앞둔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취소 여부를 두고 하루 종일 고민하는 사람들이 속출했습니다.
여기에 기록적인 폭염까지 겹쳤습니다. 일본 전역에서 열사병 환자가 급증했고, 일부 지역은 4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이어졌습니다. 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9월까지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유지될 것으로 예보되면서, 여행의 변수는 한순간에 늘어났습니다. 지금 일본을 둘러싼 환율과 재난 상황은 투자와 여행이라는 두 갈래 목적을 가진 한국인들에게 복잡한 계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환율은 낮은데 발길은 무거워
시장에서는 엔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거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ING은행은 일본은행이 이달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고, 우에다 가즈오 총재의 복귀 이후에도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FOMC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며 엔화를 더욱 압박하고 있습니다. 다만 수출기업들의 월말 달러 매도세가 유입되면서 단기적으로는 하락 반전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어, 환율은 여전히 변동성이 큰 상황입니다.
결국 일본을 향한 여행과 투자 수요는 저렴한 환율이라는 당근에 이끌려 왔지만, 자연재해와 기후 변수라는 예상 밖 장애물과 마주한 셈입니다. 당장 떠날 계획이 없어도 일단 환전해 두자는 심리가 지배적이었던 시장이지만, 실제 발걸음을 옮기는 건 또 다른 문제인 셈입니다. 규슈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여진과 복구 상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하고, 도쿄나 오사카 등 다른 지역을 찾는다 해도 폭염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항공권과 숙소의 변경 규정은 업체별로 상이하므로, 개별 확인이 불가피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