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이 지나도 남는 '왜'
2026년 10월 29일 오전 10시 29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0·29 이태원 참사 4주기 기억식이 열립니다. 160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가 4년을 지났지만, 유가족들이 마주한 시간은 여전히 그날에 멈춰 있습니다. 전날인 28일에는 종로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에서 외국인 유가족 기자간담회가 열렸는데요. 노르웨이, 이란, 카자흐스탄, 프랑스 등 10개국에서 온 3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스티네는 한국을 사랑했지만 한국은 스티네를 사랑하지 않았다." 노르웨이인 에벤센 아버지는 '왜'라는 물음을 세 번 반복했습니다. 카자흐스탄 희생자 마디나 셰르니야조바의 언니 다미라는 "어떤 병원에 처음 옮겨졌고 언제 사망했는지 올해에야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유가족들이 정부로부터 확인한 정보는 그만큼 적었던 셈입니다.
제도는 움직이는데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국민생명안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보다 우선할 가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회의는 부천 화재 사망자 김진석 소방관 등 희생자를 위한 묵념으로 시작됐고, 12월 3일 시행되는 생명안전기본법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분야별 대책이 논의됐습니다.
행정안전부는 2030년까지 인파 사고 사망자 '제로'를 목표로 내걸었고, 경찰청은 실종자 위치 조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숫자로 제시된 목표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이태원 참가족 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법은 국정 최고 책임자의 의지가 없으면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고 짚었습니다.
현장에 남은 숙제
용산구와 서울시는 핼러윈을 앞두고 홍대, 이태원, 성수동, 익선동 등 인파 밀집 지역의 안전 점검에 나섰습니다. 거리에는 추모 리본과 현수막이, 상점가에는 핼러윈 장식이 나란히 걸려 있습니다. 일상과 추모가 뒤섞인 풍경입니다.
유가족들의 요구는 여전히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실질적 지원입니다. 쿠팡 산재 피해 유족 박미숙은 "현장의 노동자들이 여전히 죽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고, 경북 산불 피해 주민은 전체 피해 규모의 17%만 보상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참사를 겪은 사람들이 체감하는 변화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제도는 이름만 남을 수 있습니다. 4주기 기억식이 던지는 질문도 결국 그 지점에 닿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