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뒤에도 이어지는 경제적 후폭풍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렸다고 해도 유가가 곧바로 안정되기는 어렵습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세 가지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첫 번째는 인프라 복구와 유조선 재배치에 수개월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휘발유 가격이 유가 급등 때는 로켓처럼 오르지만 위기가 지나면 깃털처럼 천천히 내리는 비대칭적 구조입니다. 마지막으로 디젤과 요소 가격 상승분이 물류비와 식품 가격으로 전가되면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물가 안도감을 상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유소 가격은 조금 내렸지만,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히 무겁습니다.
61조원 전쟁 청구서와 추가 예산 논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미국이 이란 전쟁으로 지출한 직접 비용을 약 400억 달러로 추산했습니다. 이 중 260억 달러가 탄약비로, 한 발에 250만 달러가 넘는 토마호크 미사일만 1천 발 가까이 쏟아부었습니다. 전략비축유는 1983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이 여파로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4.2%까지 치솟았고, 연준은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 여기에 국방부는 800억 달러의 추가 예산을 의회에 요청하며 난항을 겪고 있는데요. 전쟁이 끝났는데도 국방부는 더 많은 예산을 손에 쥐려 하고 있어 의회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외교적 유산과 정치적 부담
전쟁의 정치적 유산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은 100일 넘게 싸웠으나 이란 정권 교체라는 당초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고, 오히려 3천억 달러 규모의 재건 펀드 지원과 제재 완화라는 조건을 안게 되었습니다. 협상 테이블에서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문제와 핵 포기 방식 등을 고수하며 협상력을 과시하고 있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갈등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국내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정책에 대해 MAGA 진영 내부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으며, 여론조사에서 58%가 군사 행동을 잘못된 결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목표는 거의 이루지 못한 채, 외교적 부담과 정치적 비용만 안겨온 셈입니다.
종전 합의가 이뤄졌다고 해서 전쟁의 영향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에너지 시장의 상처는 물가로, 군사비 지출은 세금으로, 외교적 실패는 정치적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 모든 청구서를 갚아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