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예산이 '빨대'가 된 순간
경기도지사 추미애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소방 예산을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라고 표현한 겁니다. 때마침 부천의 한 공장 화재로 11년 차 김진석 소방위가 순직하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영결식에서 7세 딸이 남긴 손편지가 알려지며 안타까움도 더해졌고요.
추 지사는 빈소를 찾아 사과했고, 19일 국회에서도 거듭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러면서 23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는 "정치적으로 화형을 당하더라도 소방 재정 혁신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사과와 동시에 문제 제기 자체는 밀고 나가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국가직인데 돈은 지방이 낸다
논란의 뿌리는 2020년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에 있습니다. 신분은 국가직이 됐지만 인건비와 장비, 운영 예산은 여전히 지방자치단체가 대부분 부담하는 구조가 이어졌습니다. 2025년 기준 지방 소방예산 8조 1000억 원 가운데 국비는 10.7%에 그쳤고, 인건비 6조 3632억 원 중 국비 비중은 8.6%에 불과합니다.
신분과 재정, 지휘 체계가 따로 노는 이중구조가 지역별 소방 서비스 격차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일수록 장비 교체와 훈련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겁니다.
책임 공방과 남은 과제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화형이라는 단어로 '추다르크' 이미지를 만들려는 것"이라며 비판했습니다. 2020년 전환 당시 추 지사가 법무부 장관이자 국무위원이었다는 점을 들어 책임을 물었고,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선심성 복지가 재정을 압박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반대로 국회에는 소방공무원 인건비 국비 지원 비율을 크게 늘리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정부도 기획예산처와 소방청을 중심으로 내년 예산 확대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전문가들은 국가 재정 전액 지원과 무인 첨단 장비 확충, 현장 철수 권한 법제화 등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결국 남은 숙제는 소방관의 희생을 비용이 아닌 필수 자산으로 다시 세우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