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67km로 쏟아진 히말라야의 비극
지난 8월 26일 오전, 네팔 북부 해발 5,200m 지점에서 시작된 빙하 붕괴가 엄청난 재난으로 번졌습니다. 붕괴된 빙하와 암석이 1,200m 아래로 추락하며 규모 5.2 지진에 맞먹는 에너지를 방출했는데요. 이 토석류는 불과 8분 만에 22km 떨어진 라수와가디 국경 검문소를 덮쳤고, 시속 167km라는 기록적인 속도로 마을을 집어삼켰습니다. 토사와 빙하의 마찰열로 얼음이 녹으면서 기세가 더욱 거세진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이번 참사로 1,050명이 숨지고 3,916명이 실종되었으며, 한국인 9명도 수력발전소에서 근무하다 사라졌습니다.
기후 불평등의 현장에서 던진 질문
네팔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0.01%에도 미치지 못하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정작 피해는 네팔이 온전히 감당하고 있는데요. 히말라야 빙하는 지난 30년간 12%가 사라졌고, 2000년 이후 감소 속도는 2배로 빨라졌습니다. 특히 랑탕 유역에서는 200여 년간 빙하 면적의 42%가 줄었으며, 얄라 빙하는 1970년대 이후 66%가 감소해 2040년이면 소멸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런 변화는 해발 4,000m 이상 고지대 기온이 10년마다 0.3도씩 상승한 결과입니다. 네팔 정부는 이번 재난이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기후재난이라며 미국과 중국, 인도 등 주요 배출국에 법적이고 도덕적인 책임을 물었습니다. 시시르 카날 외무장관은 이를 자선이 아닌 정의와 보상의 문제로 규정했습니다.
더는 남의 일이 아닌 설빙권의 위기
네팔의 상황은 이제 지구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남미 안데스의 빙하 호수 역시 범람 공포에 떨고 있으며, 일본 전문가들은 네팔 토석류가 일본에서 발생하는 경우보다 5배에서 10배나 빠른 차원이 다른 규모라고 평가했습니다. 2019년 IPCC가 경고한 고산지대 빙하 붕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 셈입니다. 빙하가 고지대로 후퇴할수록 더 큰 에너지를 실은 대홍수가 발생할 위험도 커집니다. 네팔은 히말라야 빙하의 소멸이 갠지스강을 비롯한 남아시아 전체의 물 안보를 위협하는 생존의 문제라고 경고했습니다.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은 개발도상국이 기후변화의 최전선에서 모든 것을 잃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