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상륙과 동시에 내려진 통제령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이 서울에 사무소를 열고 본격적인 한국 시장 진출을 알렸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는 AI 안전성 확보 및 사이버보안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는데요. 이로써 한국은 엔비디아, 오픈AI, 구글 딥마인드에 이어 앤트로픽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AI 협력망을 갖추게 됐습니다. 배경훈 부총리가 지난 2월 인도 AI 영향 정상회의에서 논의한 협력 방안이 구체화된 후속 조치인 셈입니다. 하지만 이런 환호가 무색하게, 미국 정부가 앤트로픽의 최신 모델인 '미토스5'와 '페이블5'에 대한 외국인 접속을 전면 차단하는 통제 조치를 내렸습니다. 앤트로픽의 한국 상륙이 축포와 우려가 뒤섞인 이례적인 장면을 맞이한 겁니다.
국가안보를 명분 삼은 접속 차단
미국 상무부는 국가안보상의 필요를 이유로 수출 통제 지침을 발동했습니다. 와이어드 등 외신은 이번 조치의 배경에 한국 통신사의 중국 연계 의심이 있었다고 보도했는데요. SK텔레콤이 과거 차이나유니콤과 합작 투자를 했고 일정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미국 측의 우려를 키웠다는 것입니다. SK텔레콤은 중국과 무관하다고 반박했지만, 미 연방통신위원회의 대중국 통신 제재 기조와 맞물려 접근 권한은 결국 취소되었습니다. JP모건 홍콩 지사마저 앤트로픽 사용을 금지할 정도로 파급력은 커졌습니다. 이러한 사태는 고성능 AI가 특정 국가의 정치적 판단만으로 차단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외국 기술에 대한 의존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 셈입니다.
자립과 협력 사이에서
한국 정부는 과기정통부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하고 5,300억 원을 투입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독파모)'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민간에서는 두나무와 LG유플러스 등 27개 기업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캐노피'가 출범하며 AI 취약점 방어에 나섰는데요. 네이버, LG CNS, 삼성SDS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미 앤트로픽의 상용 모델을 업무에 도입하며 협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앤트로픽은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 중이라며 수출 통제가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엄격한 검증 절차를 고려할 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이 참여한 '프로젝트 글래스윙'의 접근권 회복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은 확대되고 있지만, 국가 차원의 보안 주권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해진 것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