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전광판에 뜬 '한복' 자막
경북 경주 보문관광단지 수상공연장 인근 광장의 'POST APEC 미디어월' 전광판에서 중국 전통 복식을 '한복'으로 소개하는 화면이 송출돼 논란이 일었습니다. 중국이라는 국가명과 함께 중국풍 옷을 입은 인물이 등장했는데, 복식 명칭은 '한복(HANBOK)'으로 표기됐고 "저고리와 풍성한 치마가 조화를 이루는 한국의 대표 전통 복식"이라는 설명까지 붙었습니다.
이 시설은 지난해 경주 APEC 정상회의 당시 호반광장에 설치됐던 것을 옮겨온 것으로, 조성에 15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APEC 21개 참가국의 전통 의상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10월 1일 정식 운영에 앞서 시범 가동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만이 아니었습니다. 캐나다와 싱가포르 등 모두 7개국에서 국가와 복식 명칭이 뒤섞였고, 인도와 일본 소개 영상에도 한복 영상이 나오는 오류가 확인됐습니다.
관리 부실이 부른 파장
원인은 기술적 실수로 파악됐습니다. LED 모듈 구동과 영상 재생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제작 템플릿 치환 오류로 자막이 잘못 매칭됐다는 겁니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오류를 확인한 즉시 송출을 중단하고 전수 정정 작업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실수로 넘기기 어려운 지점이 있습니다. 중국이 한복이 자국 전통 의상인 '한푸'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을 이어온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바이두 백과사전이 한복을 '조선족 복식'이자 국가급 무형문화재로 소개하고, 샤오미가 한복을 '중국 문화'로 표기해 논란이 된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 오류가 중국에 빌미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고와 재발 방지
경북도는 기술적 오류라 하더라도 전통 복식 표기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사전 검수가 소홀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경북문화관광공사에 엄중 경고하고 구체적인 경위 보고를 요구한 겁니다. 이동진 경북도 관광정책과장은 전문가 사전 필터링을 강화하고 철저한 점검 체계를 구축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김남일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은 발견 즉시 전수 정정을 완료했다며 사전 검증과 최종 점검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국제 행사 시설에서 기본적인 콘텐츠 검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15억 원을 들인 사업의 관리 책임을 두고 남은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