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안에 전략투자계정을 신설하다
정부가 AI와 반도체, 우주항공 등 국가 전략산업에 직접 투자하기 위한 20조 원 이상 규모의 전략형 국부펀드를 내년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입니다. 기존 외환보유액 운용에 집중하던 한국투자공사(KIC) 안에 전략투자계정을 새로 마련하고, 기존 계정과는 완전히 분리해 운용한다는 방침인데요. 초기 자본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공공기관 지분 16조 원과 상속·증여세 물납주식 4조 원 등으로 조성됩니다.
이번 펀드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전략적 투자자로서 직접 지분을 취득한다는 점입니다. 대출이나 보증이 아닌 주식 투자를 원칙으로 하며, 별도의 만기나 청산 시점을 두지 않는 초장기 인내자본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반도체와 로봇, 바이오, 양자기술은 물론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클러스터 같은 인프라까지 폭넓게 지원하며, 해외 공급망 기업 투자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어달리기 투자와 경영 참여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정책펀드가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생기는 기업의 자금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어달리기 투자' 체계도 마련됩니다. 모태펀드나 국민성장펀드가 청산 시점에 유망 기업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략형 국부펀드가 이를 넘겨받아 후속 투자를 지속하는 구조입니다. 또한 보유 지분만큼 의결권을 행사해 기업 경영에 참여하고, 성장 이익을 국민에게 환류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물론 정치적 개입을 차단하고 투자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도 함께 마련되었습니다. KIC 이사회를 기존 외환보유액 계정과 전략투자계정으로 나누어 운영하고,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별도 투자위원회와 자문기구를 설치했습니다. 정부는 큰 틀의 방향만 제시하고 개별 투자 결정은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내리도록 했는데요. 이는 싱가포르의 테마섹이나 GIC 같은 해외 국부펀드의 운영 모델을 참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6천억 원 실탄으로 시작하는 과제
다만 현물 출자가 대부분인 탓에 초기 현금성 투자 재원은 약 6천억 원 수준에 그친다는 점은 향후 과제입니다. 배당금과 일부 매각대금을 활용해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당장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이유로 해외 국부펀드나 글로벌 자산운용사와의 공동투자를 확대해 투자 규모를 끌어올리는 방안이 중요해 보입니다.
정부는 다음 달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연내 국회 통과를 거쳐 2027년부터 본격 운용할 방침입니다. 전략투자계정의 운용 수익에 대한 비과세 특례 적용도 추진 중인데요. 20조 원이라는 거대한 자본이 미래 산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지, 투자 효율과 독립성 확보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