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한도 줄이는 은행들, 실수요자 발만 동동
최근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해 대출 한도를 직접 제한하는 초강수를 던지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전 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6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대폭 낮췄고, 25억 원이 넘는 고가 주택은 2억 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합니다. 신한은행 역시 모기지신용보험 가입을 제한하고 모집인 채널 접수까지 중단했으며,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도 비슷한 조치에 나섰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6월 은행권 가계대출이 7조 6천억 원이나 급증하며 22개월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4조 3천억 원 늘어 3개월 연속 증가 폭을 키웠고, 은행들의 연간 관리 목표가 상반기에 이미 초과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은행들이 총량 규제를 맞추기 위해 대출 공급을 옥죄는 형국이 된 겁니다.
잔금일은 다가오는데, 줄어든 지갑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내 집 마련을 앞둔 실수요자들입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3억 원 안팎인데, 대출 한도가 3억 원으로 줄어들면서 자기자본 10억 원이 있어야 매수가 가능한 구조가 되었습니다. 경기도로 눈을 돌렸던 30대 생애 첫 매수 세력에게도 제동이 걸리면서 주거 사다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잔금을 치러야 하는 신축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의 사정도 어렵습니다. 일부 은행이 정해진 한도 내에서 선착순으로 잔금대출을 취급하면서, 접수가 몇 시간 만에 마감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비대면 채널까지 막히면서 금리 비교 기회를 잃은 차주들은 고금리 조건에 갇힐 위험이 커졌습니다. 생계가 걸린 자금줄이 갑작스럽게 막히면서 취약 계층의 어려움이 속속 전해지고 있습니다.
총량 규제 너머, 구분 없는 제재의 부작용
문제는 이런 규제가 투기성 수요와 실수요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소상공인들에게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은 임대료나 인건비를 마련하는 필수적인 운전자본인데, 일괄적인 한도 축소로 사업의 안전마저 위태로워지고 있습니다. 영국과 EU는 거시건전성 규제를 적용하면서도 저소득층과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별도 보호 체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신용대출 총량 관리와 별개로 생계 및 사업자금 전용 트랙을 설정하거나, 실수요자 보호 지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옵니다. 단순히 대출 공급을 막는 방식으로는 가계부채의 체질 개선이 어렵고, 오히려 2금융권으로 취약 차주를 밀어내는 풍선효과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단순한 공급 억제가 아닌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정교한 정책 설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금융당국의 추가 규제 방안 발표와 맞물려, 하반기에도 은행들의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입니다. 다만 주택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려면 규제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함께 확보하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