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론 깨고 세대교체를 택한 KB금융
KB금융그룹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현 회장의 연임 대신 세대교체를 선택했습니다. 지난 9월 11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이재근 글로벌·WM·SME 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확정했는데요. 이로써 양종희 현 회장은 취임 3년 만에 물러나게 되었고, 금융권은 예상 밖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번 인선은 단순한 인사를 넘어 의미가 커졌습니다. 그룹은 순이익 5조 원을 2년 연속 돌파하고 올해는 6조 원대 진입을 앞둔 상황이었는데,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과감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조화준 회추위원장은 이재근 부문장이 금융산업 재편과 머니무브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 적임자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의 배경에 대해 다른 해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 금융당국이 지주사 대표이사 연임 요건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을 언급한 데다, 금융권의 폐쇄적 인사 관행에 대한 비판적인 기류가 있었던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인데요. 하지만 KB금융 측은 이를 정면으로 부인하며 사외이사들이 독립적으로 투표한 결과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사실 이번 인선은 타 금융지주 회장들이 줄줄이 연임에 성공한 흐름과도 대조적인 행보여서, 앞으로 다른 금융사들의 CEO 인사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숫자와 실행으로 증명한 전략가
이재근 내정자를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젊다는 것만이 아닙니다. 1966년생으로 1993년 주택은행에 입행한 그는 30년 넘게 재무와 전략 분야를 누비며 그룹 내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졌는데요. 특히 지주 CFO 시절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우리파이낸셜 인수를 주도하며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2022년에는 업계 최연소인 만 55세의 나이로 KB국민은행장에 올랐습니다. 당시 그는 수익구조 개선과 영업 현장의 시스템화를 밀어붙였고, 그 결과 2025년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하며 리딩뱅크 탈환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수학 전공의 이공계 출신답게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선호하면서도, 현장 소통과 실행을 강조하는 수평적 리더십도 겸비한 점이 특징입니다. 은행장 임기 후에는 지주 부문장으로서 글로벌과 자산관리, 중소기업 부문을 총괄하며 은행과 비은행 전반을 아우르는 경영 능력을 입증했습니다.
이런 이력 덕분에 회추위는 그가 단기 실적이 아닌 중장기 전략으로 그룹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새 회장이 되면 단순히 과거 성과에 머물 수는 없습니다.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 회장이 안은 과제와 금융권 파장
이재근 체제의 가장 큰 숙제는 역시 미래 성장동력 확보입니다. 그룹은 2027~2029년 중장기 경영전략으로 WM·연금 사업모델 재설계와 CIB·자본시장 협업 확대, 그룹 AI 전환 가속화 등 5대 핵심 어젠다를 설정해 놓은 상태입니다. 특히 머니무브에 대응해 자산관리 역량을 결집하고, 첨단산업 등 성장기업에 대한 생산적 금융 공급을 확대하는 작업이 시급합니다.
또한 글로벌 사업의 수익성 제고도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인도네시아 KB뱅크의 정상화를 비롯해 해외 법인들의 연계 강화가 필요한 상황인데요. 여기에 올해 말 KB금융 계열사 12곳 중 11곳의 대표이사 임기가 만료된다는 점도 변수입니다. 새 회장 체제에서 계열사 CEO 인사의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그룹 전반의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금융권은 이번 인선을 두고 기존의 연임 공식이 깨졌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성과만으로 연임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가 열렸다는 의미에서, 앞으로 임기 종료를 앞둔 다른 지주 회장들의 연임 심사도 더욱 까다로워질 수 있습니다. KB금융의 선택이 단순한 예외가 아니라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지, 향후 몇 달 간의 금융권 인사 흐름이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