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달러에 100달러짜리를 산다고요?
최근 국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SK하이닉스 미국 주식 예탁 증서(ADR)를 두고 이례적인 매수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7월 10일부터 23일까지 서학개미들의 SK하이닉스 ADR 누적 순매수액은 6억 1,367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9,048억 원에 달했는데요. 같은 기간 국내 증시 본주 순매수 규모가 1조 350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굳이 해외 시장에서 비싼 값에 사모으는 수요가 얼마나 강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가격에 있습니다. 당시 SK하이닉스 ADR은 본주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되었고, 미국 자산운용사 전문가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는데요. 아카디안 자산운용의 오웬 라몬트 수석 부사장은 100달러 가치의 주식을 149달러에 사들이는 한국 투자자들의 행태를 두고 이해할 수 없는 자멸적 매수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전문가가 본 '자멸적' 가격 오작동
라몬트 부사장은 이 현상이 단순한 열기를 넘어선 심각한 가격 오작동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이를 일물일가의 법칙(LOOP)을 명백히 위반하는 사례로 규정하며, 2000년 3월 닷컴 버블 당시 인도 기업 인포시스의 ADR 프리미엄이 136%까지 치솟았던 전형적인 버블 기 특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더욱 이례적인 점은 다른 한국 기업의 ADR이나 독일 프랑크푸르트 거래소의 SK하이닉스 글로벌주식예탁증서(GDR)는 프리미엄이 거의 0% 수준인데, 미국 ADR에만 최대 51%의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겁니다. 이처럼 동일 기업의 주식임에도 시장별로 가격 차이가 극명하게 벌어지는 모습은 매우 기이한 현상으로, 과거 버블기에만 나타나던 비정상적 과열 양상과 닮아 있습니다.
본주로 돌아가기도 쉽지 않은 구조
가격이 비싼 만큼 ADR을 본주로 전환해서 차익을 노리는 방식도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블룸버그의 '더 구루(The Guru)'는 SK하이닉스 ADR의 구조적 특성상 한국 시장 본주로 전환하는 데 현실적인 제약과 어려움이 따른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시 SK하이닉스 ADR 발행 가능 수량인 1억 7,790주는 이미 모두 소진된 상태였습니다. 원주 기준 총 발행 주식의 25%에 해당하는 물량인데요. 발행 한도가 꽉 찬 상황에서 높은 프리미엄이 유지되고 있어, ADR이 원주로 전환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고 있습니다. 결국 투자자들은 전환을 통한 차익 실현도, 정상적인 가격 수준에서의 매도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