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의 마음을 움직인 추모의 외교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0일 미국 뉴어크 공항에 내렸습니다. 통상적인 협상 무대인 워싱턴이 아닌 뉴욕 인근을 택한 데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의 특별한 인연이 있기 때문인데요. 러트닉 장관은 2001년 9·11 테러로 친동생과 직원 600여 명을 잃은 깊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김 장관은 지난해에도 추모 예배에 함께하며 경색된 협상 분위기를 푼 경험이 있고, 이번에도 같은 전략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정서적 유대를 바탕으로 한 실용 외교가 협상의 중요한 변수가 된 겁니다.
텍사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에너지 투자 지도
이번 방미의 핵심 목적은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의 첫 단추를 꿰는 일입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텍사스주 엔시날에 들어설 6.3GW 규모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가 1호 사업으로 유력한데요. 1단계 1.4GW 가스터빈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이후 복합화력 증설 단계에서는 비에이치아이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와 함께 최대 8기의 대형 원전 건설이 후속 사업으로 검토되고 있어 에너지 분야 투자 규모는 1,00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다만 원전에 어떤 노형이 채택되느냐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수혜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미국형 AP1000이 주를 이루면 한전기술의 설계 참여는 제한적일 수 있고, 한국형 APR1400 비중이 커져야 실질적인 수주 효과가 나타나는 구조죠.
남은 쟁점과 시장의 시선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합니다. 미국이 요구해온 알래스카 LNG 사업은 최종 합의 문안에 포함될지 불투명해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관련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또한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설은 양국 정부가 모두 부인했지만, 원전 수출 시 맞닥뜨리는 지식재산권 문제는 여전히 족쇄로 남아 있습니다. 결국 사업의 경제성과 리스크 분담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최종 계약의 핵심이 될 겁니다. 김 장관은 12일까지 미국에 머물며 최종 조율을 이어가고, 17일 국회 보고를 거쳐 이르면 18일 양해각서 서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