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다시 투쟁 전선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을 놓고 의료계가 강력한 반발에 나섰습니다.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는 오는 11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첫 궐기대회를 열고, 16일에는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며 본격적인 투쟁 모드로 돌아섰는데요. 검체검사 분리청구 강제화, 위탁검사관리료 폐지 등 정부의 개편 방안이 의료 현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의협 김택우 회장은 최근 '범의료계 국민건강보호 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며 "정부와 여당의 일방적인 제도 개악을 저지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혔습니다. 특히 검체검사 제도 개편과 함께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허용, 성분명 처방 도입 등이 '의료악법'으로 규정되며 의료계 전체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왜곡된 구조 vs 필수의료 위기
정부 측은 검체검사 제도 개편의 핵심 목표를 '정확한 검사'와 청구 투명성 강화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지불혁신추진단 공인식 단장은 "검사 질 관리와 분리청구 제도 마련을 병행하며 정확하고 공정한 검사 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는데요. 현재 검체검사는 위탁기관이 수탁기관에 검사를 의뢰하면 두 기관에 대한 비용이 일괄 지급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진단검사의학계에서는 이번 개편이 그동안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을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검체 검사가 진찰료, 수술료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수가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죠. 검사를 많이 할수록 의료기관이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개원의들을 중심으로 한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위탁검사관리료 폐지가 의원 생존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혈액검사 수입이 지역 병·의원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일차의료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환자 불편과 진료 효율성 저하 우려
의료 현장에서 가장 큰 걱정은 이번 제도 개편이 환자 진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한임상순환기학회는 "분리청구가 의무화되면 환자는 한 번의 검사에 대해 두 번의 결제·청구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는데요. 특히 만성 심혈관질환 환자들의 경우 정기적인 혈액 및 소변검사가 필수적인데, 검사 결과 확인이 복잡해지면서 진료 접근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신경과의사회와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도 공동으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분리청구 시행 시 환자 결제 절차 이중화, 개인정보 노출, 정산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죠. 검체 채취, 보관, 결과 상담 등 전문 행위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의료계 관계자는 "현행 위수탁 구조가 20여 년간 안정적으로 운영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흔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검사 효율성보다 행정 편의 중심으로 설계되어 중소의원의 진료 부담과 비용만 증가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협의 없는 추진에 대한 비판
가장 큰 논란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의료계와의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2024년 9월 구성된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개선 협의체'조차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채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죠. 대한신경과의사회 윤웅용 회장은 "진료 접근성 및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즉각적인 정책 재검토를 요구했습니다.
정부는 11월 중 건정심에 개선안을 상정할 예정이며, 현재 의협, 병리학회, 진단검사의학회 등과 개별 면담을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러한 면담이 형식적인 절차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2023년 자체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를 기반으로 협의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상호정산 체제가 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왔는데, 이는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도 시행 중인 방식이라고 설명하고 있죠.
향후 전망과 쟁점
앞으로 일주일 간 예정된 두 차례의 대규모 집회가 의료계의 단합된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정부에 대한 강력한 경고장이 될 전망입니다. 의협을 비롯한 각 학회들의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대응 방향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공인식 단장은 "의료비용 분석과 상대가치 조정,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선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을 어떻게 수용할지가 핵심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한편,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허용 문제와 성분명 처방 도입안도 의료계의 추가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의협은 "방사선 안전관리 체계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의사에게 엑스레이 사용을 허용할 경우 국민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이들 법안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검체검사 제도 개편을 넘어 의료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의료계의 의견이 얼마나 존중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정부와 의료계 간의 신뢰 회복과 현장 중심의 합리적 대안 모색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