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호조 이끈 반도체 슈퍼사이클
8월 초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이 1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 기간 전체 수출액은 213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5% 이상 늘었고, 무역수지도 18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강세는 지난 2분기에도 이어졌는데, 해당 분기 수출액은 2755억 달러로 전년 대비 57.3% 급증하며 2015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규모를 보였습니다.
이번 호황의 중심에는 인공지능 산업의 폭발적 성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확충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반도체의 슈퍼사이클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반도체가 우리 경제를 이끄는 핵심 동력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입니다.
대기업에 쏠린 수출
다만 이런 성과가 모든 기업에 골고루 돌아간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수출 증가 혜택이 대기업과 특정 업종에 집중되면서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2분기 대기업 수출은 81.8%나 급증한 반면, 중견기업은 10.9%, 중소기업은 13.1% 증가에 그쳤습니다.
더 뚜렷한 문제는 수출 의존도입니다. 상위 10대 기업이 전체 수출의 55.3%를 차지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1위 기업의 비중만 50.1%에 달했습니다. 상위 100대 기업 비중도 76.3%로 집계되었는데요. 이는 소수 대기업이 국가 수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종사자 250인 이상 기업과 영세 기업 간 수출 증가율 격차도 극명하게 나타나 중소기업의 수출 기반 위축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공급망과 클러스터로 내실 다지기
정부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반도체 경쟁력 강화와 공급망 안정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1차 완공 시점을 2029년으로 제시하고, 군 공항 이전과 전력 및 용수 인프라 구축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는 타지키스탄과 핵심광물 협력을 확대해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한화는 미국 조선 및 방산 시장 진출을 위해 오스탈 USA 인수를 추진하며 최대 12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 중심의 조선업 재건 수요에 대응하고, 방산 거점을 확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공급망과 인프라를 미리 준비하는 건 필요한 대응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