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났는데 기름값은 그대로? 정유 4사 26조 원 담합 기소

동Y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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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달 전 수정 · 2026년 7월 7일 오전 9:18

발행: 2026년 7월 6일 오후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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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 전쟁을 이용해 국내 정유 4사가 26조 원 규모의 유가 담합을 벌인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나 임직원들이 기소되었습니다.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주도하고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추종했으며, 원유 비축은 충분했음에도 인위적으로 가격을 올렸습니다. 불공정한 전량구매계약과 증거 인멸 시도도 적발되었으나, 소비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직접 배상받기는 쉽지 않아 공익 소송 제도 도입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쟁을 이용한 26조 원 담합의 실체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끝난 뒤에도 국내 기름값은 쉽게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그 배경에 정유사들의 조직적 담합이 있었다는 의혹이 검찰 수사를 통해 구체적인 사실로 드러났는데요. 시장의 98%를 장악한 HD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이 연루된 이번 사건의 전체 경쟁 제한 효과는 무려 26조 원에 달합니다.

사실 전쟁 발발 직후 기름값은 통상적인 국제유가 반영 주기를 무시하고 급등했습니다. 리터당 1,600원대에서 불과 일주일 만에 1,900원을 돌파했는데, 이는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미리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두 회사는 2024년 7월부터 전담 직원을 통해 가격 정보를 교환해왔고, 전쟁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이를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게다가 당시 정유사들은 원유를 상당량 비축해둔 상태였는데요. 가격을 올릴 실질적 이유가 없었음에도 인위적으로 유가를 끌어올렸습니다.

더 황당한 건 내부 직원들의 태도였습니다. 사내 메신저에서는 "트럼프 만세", "올해 2조 벌 듯"과 같은 대화가 오갔고, 일부는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라며 자축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위기를 이윤 추구의 기회로 삼은 정황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담합을 감싼 불공정 유통 관행

이번 담합이 순식간에 시장을 흔들 수 있었던 데는 오래된 유통 구조가 밑바탕에 있었습니다. 정유 4사는 자영 주유소들과 이른바 전량구매계약을 맺어왔는데요. 이 계약에 따라 주유소는 특정 정유사의 제품만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고, 정유사가 일방적으로 통보한 가격으로 납품받게 됩니다. 월말에 확정가를 정산하는 사후정산 방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당연히 주유소들은 더 저렴한 유류를 찾아볼 여지가 없었고, 정유사가 올린 가격은 판매가로 그대로 전가되었습니다. 검찰은 이런 구조가 정유사의 우월적 지위 남용이라고 판단했는데요. 정유사가 가격 결정권을 독식하는 틈새에서 담합의 효과가 극대화되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는 증거 인멸 시도까지 포착되었습니다. HD현대오일뱅크 법무실장은 공정거래위원회 현장조사를 사전에 알고 전산 자료 삭제를 지시했고, GS칼텍스 국내영업 부문장도 가격 관련 메신저 대화를 없애려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정유사 3곳이 산업통상자원부에 실제 판매가보다 낮게 허위 보고한 사실까지 함께 드러났습니다.

26조 원 피해, 되찾는 길은 험난합니다

검찰은 정유 4사 법인과 관련 임직원들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담합을 주도한 HD현대오일뱅크 가격결정 부서장은 구속 기소되었고, SK에너지는 자진신고를 통해 일부 감면 혜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대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의 입장은 다릅니다. 이번 담합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26조 원에 달하지만, 개별 소비자가 손해배상을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유류비 영수증은 남아 있을지라도 담합으로 인한 구체적인 피해액과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경제학적 감정까지 동원되는 복잡한 절차를 요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지하철 입찰 담합 소송이 10년 가까이 걸린 사례를 보면 장기전이 불가피합니다.

물론 피해를 회복할 다른 길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검찰 측에서는 국가가 직접 공익 소송을 제기해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를 구제하는 제도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는데요. 피해 규모는 엄청난데, 개인이 직접 되돌려받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큽니다.

정유업계는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손실을 봤다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검찰이 확보한 내부 자료를 보면 휘발유와 경유 대부분이 여전히 제조원가 기준으로 이익을 내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사태가 정유업계의 고질적인 담합 관행을 뿌리 뽑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반복의 시작에 불과할지 법원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