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휩쓴 진보 교육감의 승리
2026년 지방선거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 후보들이 16개 시도 중 10곳에서 승리하며 4년 전의 팽팽했던 구도를 깨고 우위를 점했습니다. 특히 서울의 정근식 교육감이 재선에 성공하고, 경기에서는 안민석 전 의원이, 인천에서는 도성훈 교육감이 3선을 차지하면서 수도권 전역이 진보 교육감 체제로 재편되었습니다. 부산에서는 김석준 교육감이 전국 최초로 4선에 성공했고, 강원과 제주에서는 현직 보수 교육감을 끌어내리는 이변도 나타났습니다.
반면 보수 진영은 대구, 경북, 충북, 세종, 대전, 경남 등 6개 지역에서만 승리를 거두며 수세에 몰렸는데요. 대구의 강은희 교육감은 전국 최초의 3선 여성 교육감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세종에서는 강미애 당선인이 지역 최초의 여성 교육감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무효표 108만표와 정책 실종의 그림자
선거 결과 뒤에는 상당한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는 전체 투표수의 4.0%에 달하는 108만 7천여 표가 무효로 처리되었는데요. 이는 시도지사 선거 무효표보다 약 2.5배 많은 수치입니다. 서울에서는 후보 8명이 난립하고 진영 간 단일화 실패가 겹치며 무효표 비율이 5.69%까지 치솟았습니다.
사실 교육 정책을 놓고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교원단체들은 이번 선거를 교육 철학과 정책 검증이 실종된 '깜깜이 선거'라고 규정했는데요.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 단일화 과정에서 내홍을 겪었고, 고소·고발전과 네거티브 공방이 교육 의제를 집어삼켰습니다.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공약보다는 진영 대립과 혐오 표현만 접해야 했고, 이는 낮은 후보 인지도와 맞물려 투표 참여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현장 중심 의제와 협치가 남긴 과제
다행히 이번 선거에서는 과거의 학생인권조례이나 혁신학교를 둘러싼 이념 대결보다는 AI 교육, 학생 정신건강, 교권 보호 같은 실용적 의제가 전면에 부상했습니다. 당선인들 역시 기초학력 증진과 마음회복학교 설립, 현장체험학습 활성화 등 현장 중심의 공약을 내걸었는데요. 이는 진보와 보수 간의 정책 간극이 실제로 좁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당선 후 오세훈 시장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고, 수도권 교육감들끼리 손을 잡아 현장체험학습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쌓인 진영 간의 갈등과 무효표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교육감 직선제의 정당성 자체가 계속해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
이제 당선인들은 정파적 논리에서 벗어나 학교 현장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교권 보호와 행정업무 경감,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같은 실질적인 과제들이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