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이 발표된 지 한 달여가 지났는데요, 의료계의 반응이 이전과 사뭇 다릅니다. 지난번 확대 정책 당시 단호하게 거부하며 파업에 나섰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집단 행동을 언급하는 데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내부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면서 단결에 금이가고, 무엇보다 이번 증원 계획이 단계적이고 지역 의료 격차 해소를 명분으로 삼고 있어 강력히 반박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번 정책을 마냥 무조건 반대할 수만은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겁니다.
지역 간 새로운 불균형 우려
증원 논의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 중 하나는 지역 배분입니다. 정부는 지역 의료 취약지를 해소하기 위해 증원 인원을 지역별로 차등 배분할 방침인데요, 여기서 또 다른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울산입니다. 최근 울산건강연대가 기자회견을 열어 강하게 반발한 내용이 바로 이것입니다. 부산·울산·경남 의대생이 경남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시행령 제정안에서 울산만 빠졌다는 거죠.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큽니다. 울산대학교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 해도, 해당 학생들은 졸업 후 의무 복무지를 울산이 아닌 경남으로 가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울산건강연대는 울산의 의료 인력과 지표가 다른 광역시에 비해 열악함을 지적하며, 광역시라는 형식적 이유로 의무복무 지역에서 제외된 것은 지역 의료 문제 해결 기회를 또다시 놓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울산대 의대가 서울아산병원에서 교육을 받는 ‘가짜 지방의대’라는 문제 제기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교육의 질과 인력 관리라는 본질적 고민
의료계의 또 다른 우려는 양의 확대가 질의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2027학년도 모집 인원 증원을 최소화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내년에 많은 휴학생이 복학할 예정인 상황에서 490명이라는 증원은 교육 현장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이유에서죠. 의협은 단순히 시설을 늘리는 방식이 아닌, 의학교육협의체를 구성해 대학별 수용 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부의 계획은 2027년 490명에서 시작해 2030년과 2031년에는 연 813명까지 단계적으로 늘려가는 방식입니다. 당장의 충격을 완화하려는 의도지만, 의협을 비롯한 전문가 집단은 이마저도 교육 과정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지방 사립의대에 대한 정원 배정을 철회하고 국립 의과대학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울산건강연대의 요구처럼, ‘누가, 어디서’ 배출하느냐에 대한 논의도 증원 규모 논쟁과 함께 깊이 이루어져야 할 부분입니다.
갈라선 의료계, 향후 향방은
현재 의료계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대한의사협회는 각 지역의사회와 범대위 회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밝히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반면, 대한전공의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젊은 의사들은 김택우 의협 회장과 집행부의 사퇴를 요구하며 더 강경한 대응을 원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내부 균열은 정부에 대한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관건은 정부가 제시한 ‘지역 맞춤형 증원’의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과, 이를 검증할 협의 체계를 마련할 수 있느냐일 것입니다. 의협이 요구하는 교육협의체가 실질적인 논의의 장이 될 수 있을지, 그리고 울산 같은 지역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보완 장치는 무엇인지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