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객차가 추락한 그날 오전
지난 9일 오전 11시 30분이 넘은 경주월드입니다. 높이 51m의 대형 관람차 '타임라이더'에서 갑작스러운 소리가 울렸습니다. 빈 객차 한 대가 궤도를 벗어나 추락하면서 승객이 타고 있던 다른 객차 두 대와 연이어 부딪힌 것인데요. 이 사고로 탑승객 5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다행히 중상자는 없었고 모두 진료 뒤 귀가했습니다. 추락한 객차 안에 아무도 타지 않았다는 점이 참사를 막은 결정적 요인이었습니다.
사고가 난 '타임라이더'는 지난해 6월 들어선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이동형 캐빈 관람차입니다. 경주월드 측은 사고 직후 운영을 전면 중단하고 스위스 제작사에 기술 지원을 요청하며 원인 파악에 나섰습니다.
반복되는 사고, 무뎌진 경고
사실 이번 사고는 경주월드에서 처음이 아닙니다. 2022년에는 롤러코스터 '드라켄'이 55m 상공에서 멈춰 24명이 50분 넘게 고립됐고, 2024년에는 '글린다의 매직펌킨'이 추락하는 등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이번 사고는 관광진흥법상 '중대 사고'로 규정되지 않아 행정 처분을 받지 않게 됐습니다. 중상자가 없고 구조에 7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인데요. 경찰 역시 업무상과실치상 혐의 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이처럼 사람이 다치지 않거나 부상이 가볍다면 처벌이나 제재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운영사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큰 책임을 지지 않게 되니, 근본적인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할 여지가 생기는 겁니다.
방학 앞둔 안전 관리의 구멍
문제는 경주월드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서울 롯데월드 '혜성특급' 오작동, 제천 의림지 놀이공원 안전장치 해제 등 전국적으로 놀이기구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많은 가족이 놀이공원을 찾는 시점이라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의 원인으로 현장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합니다. 백찬수 대구보건대 교수는 매일 점검 일지를 쓰면서도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형식적인 관리가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김중진 전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는 가동 전 점검을 전문 인력이 맡아야 하고, 지자체가 단순히 서류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말고 실제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단순히 다행이라고 넘길 사고가 아니라, 다음 참사를 막을 제도 개선이 시급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