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m 거리, 104일의 비극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37) 씨가 숙소에서 불과 400m 떨어진 곳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실종 104일 만인 8월 24일입니다. 발견 장소는 도보 10분 거리였습니다.
장 씨는 5월 12일 숙소를 나선 뒤 연락이 끊겼고, 사흘 뒤 남자친구가 실종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제주서부경찰서 부 경장은 접수 2시간 30분 만에 연락이 닿았다며 사건을 허위 종결했습니다. 이로 인해 휴대전화 위치 추적 기회를 비롯한 골든타임을 완전히 놓쳤습니다.
가족들은 두 달 가까이 행방을 확인하며 재신고했습니다. 하지만 허위 종결 기록 때문에 접수조차 어려웠고, 결국 7월 19일 서울 노원경찰서에서 사촌동생이 2차 신고했습니다.
2차 신고의 홀대 논란
2차 신고 과정에서도 경찰의 부적절한 언행이 논란이 됐습니다. 담당 경찰관은 사촌동생에게 "다 큰 성인이 가출한 것 아니냐", "직계가족도 아닌데 왜 신고하러 왔느냐"며 홀대 발언을 했습니다. 특히 "발견되지 않은 게 좋은 소식"이라는 말은 가족에게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경찰은 이를 변사자로 발견되지 않은 것을 위로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상처받은 유가족을 다시 울린 셈이었습니다. 사실 장 씨는 8월 24일 오전 야자수 농장에서 주검으로 발견됐고, 인근에서 실종 당시 옷과 휴대전화도 함께 나왔습니다.
발견 장소가 숙소와 워낙 가까웠던 만큼, 제대로 된 수색이 이뤄졌다면 훨씬 일찍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298건 독단 종결의 그늘
충격적인 사실은 해당 부 경장이 1년 5개월간 298건을 독단 종결했다는 점입니다. 같은 수법으로 60대 남성 실종 사건도 허위 종결했는데, 이 남성 역시 8월 22일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이 관리자 승인 없이 담당 수사관이 직접 해제할 수 있었다는 점이 구조적 허술함을 보여줍니다. 매년 성인 실종 신고가 7만 건에 달하고, 이 중 절반가량이 1시간 내에 종결되는 관행 속에서 위험 사건이 묻히기 쉬운 환경이었던 겁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청은 전국적으로 실종 신고 전수 점검을 지시했습니다. 대구 1만 3천 건, 서울 9만여 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질타했지만, 민주당은 경찰 내부 통제 강화를, 국민의힘은 검찰 보완수사권 원상복구를 주장하며 해법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문책과 시스템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생명을 되돌릴 순 없는 만큼, 국민의 불신은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입니다.